잘 지내시나요?
비가 오니 당신 생각이 납니다.
어쩌면 비가 와서가 아니라 늘 당신을 부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밤에 자려고 누우니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늘 그곳에 있었던 게 분명한 그 윙윙거리는 소리가 그제야 들리더군요.
내 마음이 당신을 부르는 소리도 세상살이 소음에 가려 들리지 않았나 봐요.
한번 들리기 시작하니 멈추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점점 또렷해지기만 하네요.
그 날의 당신 모습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당신도 그 날의 나를 떠올릴까요?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예쁜 옷을 입고 나갈걸 그랬어요.
다림질도 하고 신발도 깨끗하게 닦고 나갈걸 그랬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 날의 당신은 참 예뻤으니까요.
내 눈으로 본 그 무엇보다 예뻤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을 때 난 항상 웃기만 했는데,
당신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눈물이 납니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에 실은 많은 사람이 머물다 떠났습니다.
그런데 왜 항상 비가 오면 당신만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계신 곳에도 이 비가 올까요?
당신도 나를 생각할까요?
저는 그 날의 청년이 아닙니다.
그 청년은 세월이 어리론가 데려갔습니다.
저도 그 청년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청년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 청년의 마음에는 항상 당신이 있더군요.
당신도 그 날의 소녀가 아님을 알고 있으니 염려하지 말아요.
사실 당신의 근황이 너무 궁금해서 딱 한번 찾아봤어요.
당신과 웃는 모습이 똑 닮은 예쁜 딸과 함께 있더군요.
당신이 행복해 보여서 저도 행복했습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비가 언제쯤 그칠까요?
비가 그칠 때까지만 당신을 생각하려 합니다.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세상살이 소음에 잠깐 가려질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