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국가별 패션 품평

by 바보

중국과 프랑스

베이징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써의 옷을 입는다는 인상을 남겼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프랑스 샹젤리제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패션에 대한 강박이라도 있는 듯 최선을 다해 자신의 존재를 옷과 액세서리로 표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중에는 깃털 장식을 한 중절모를 비롯하여 클래식한 멋이 충만한 차림의 사람들도 있었고, 패션쇼 런어웨이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듯한 전위적인 차림을 한 사람들, 포멀 한 차림이나 실용적인 차림의 사람들, 패션으로 젊음을 뽐내는 사람들, 그리고 집시스러운 차림의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실제 집시들도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옷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의 나라 이탈리아 시민들의 복장은 의외로 실용적이고 담백하다. 흰 티에 청바지, 회색 셔츠에 면바지 이런 식이다. 그런데 그 흰 티나 면바지가 알고 보면 명품이다. 백화점에 가보면 그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들이 명품이어서 도대체 명품이 아닌 물건은 어디서 사야 하나 싶기도 하다. 또 베트남에선 지오다노가 준명품 대접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명품이란 개념이 나라별로 다르다 싶기도 하다.


베트남

베트남에서 신기하게 여겨졌던 옷차림은 잠옷 패션이었다. 잠옷을 입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눈길이 가는데, 하이힐이나 빨간 립스틱과 매칭 한 잠옷 패션은 문화충격 그 자체였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과거에 잠옷을 구별해서 구비할 수 있던 건 부유한 사람들뿐이었기에 처음에는 그들을 동경하며 시작되었다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잠옷 자체도 더 화려해지고 여기에 다양한 패션 소품을 매칭 하며 대중적인 패션 트렌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스리랑카에서 놀라웠던 옷차림은 다름 아닌 전통의상이었다. 우리에게 한복은 명절 때 입을까 말까 한 옷인데 반해, 스리랑카에서는 전통의상이 출근복장으로 통했다. 기다란 천으로 이리저리 몸을 감싸는 형태의 '사리'를 매우 빈번하게 입는데, 심지어 같이 근무했던 동료 중에는 사리 외에는 다른 옷이 없는 게 아닐까 의심되는 친구도 있었다.

동티모르

의류수거함에 옷을 넣으면 그 옷은 여러 개도국으로 팔려나간다. 그중 하나가 동티모르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kg당 가격으로 옷을 사 온다 했다. 거대한 옷 포대자루 안에는 어떤 옷이 들어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도매상은 뽑기 하는 심정으로 옷 포대자루를 사 와서, 시장에 돗자리 하나 펴놓고 그 위에 옷을 쏟아낸다. 그러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옷을 고르는데, 어울리는 색상과 디자인을 고른다는 느낌보다 치수가 맞는 옷을 찾아낸다는 개념에 가깝다. 그중에는 제법 값이 나가는 제품들도 섞여있지만, 동티모르인에게 중요한 건 브랜드가 아니라 내구성이다. 하늘하늘한 루이뷔통 스카프가 이곳에서는 찬밥 신세다.


대한민국

한국인은 유별나지도 그렇다고 뒤처지지도 않는 패션을 추구하는 것 같다. 그 안에 살 때는 잘 느끼지 못하는데, 한동안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한국에 오면 사람들의 패션이 상당히 균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 역시 대한민국의 일원이기에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패션의 스펙트럼 바깥에 있는 옷들은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외국에서 즐겨 입던 옷들을 한국에 와서는 하나도 입지 못하고 매번 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버려진 옷들은 다시 동티모르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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