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답이 저 멀리 미지의 어떤 곳에 있지 아니하고 바로 내 안에 있으니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지만, 개미나 멍게가 자신의 본질을 깨닫기 어려울 것을 생각해보면 심리학만큼 어려운 학문이 없다 싶기도 하다.
심리학도들은 수많은 이론에 대해 배우게 되는데, 그 가운데 비전공자들도 대부분 알법한 사람도 몇 있으니, 초기 심리학의 기틀을 다진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최근 들어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아들러가 대표적이다.
아들러라는 이름이 대중에 알려지게 된 건 최근이지만, 그가 주장하는 바는 이미 예전부터 부지불식간에 퍼졌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의 이론을 흠모한 많은 이들이 그의 이론으로 글을 써서 출판을 했고, 그 책들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불티나게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의 이론으로 책을 쓰고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읽었는지 출판계에 '자기 계발서'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데일 카네기가 자기 계발서의 시초 아닌가요?'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데일 카네기가 이야기하는 것들의 근간이 아들러에 있고, 아들러가 이전의 심리학과 분별되는 가장 큰 요인이 소위 트라우마라 불리는 과거의 경험이 만든 심리적 불안과 정신적 외상에 종속되지 아니하고 자신이 소망하는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본데 있는데, 이러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같이한다. 뿐만 아니라 아들러가 말한 '과제의 분리, 공동체 감각, 자기 수용, 타자 신뢰, 타자 공헌'등의 개념이 명칭만 달라질 뿐 그의 저서에 고스란히 녹아있고, 이는 카네기 이후의 자기 계발서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명맥을 같이한다. 때문에 자기 계발서를 여러 권 읽다 보면 뭔가 비슷비슷하다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책의 장르가 자기 계발서라더라. '당신이 누구였든, 어떤 삶을 살아왔든, 당신은 더 나은 당신이 될 수 있다'라는 아들러의 희망의 메시지에 매료된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 계발서를 구매하고 있다는 말이다. 출판사는 매년 매분기 매달 신상을 출시해야 하기에 다양한 변주를 준비한다. 위인이나 유명인의 이름을 갖다 붙이기도 하고,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가져오기도 한다. '과거에 종속되지 않고 새로운 당신이 될 수 있다.'에서 신비주의적인 측면을 강조해 '마음만 먹으면 당신은 누구든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아 '더 시크릿' 풍의 책을 발간하기도 하고, 취업난, 고용불안, 경제 침체와 맞물려 홍대리만 따라 하면 영어 천재도, 일본어 천재도, 부동산 천재도, 주식 천재도, 인문학 천재도, 독서 천재도, 골프 천재도 될 수 있다는 놀라운 책들이 발간되기도 했다. 한때 인문학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자 인문학을 빙자한 자기 계발서가 쏟아졌다. 논어에서 인생을 배우고, 고전에 행복과 성공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말하는 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타깃이 되는 독자층을 세분화해서 20대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 30대에 모르면 후회하는 것, 40대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등의 책이 나오기도 했다. 나름 성공적이었는지, 강도를 높여서 20대에 미쳐라, 30대에 또 미쳐라, 40대에는 완전 미쳐라 등의 책이 나왔다. 그간 노력해도 안됐다 실망할 필요가 없으며, 흔한 노력으론 안되지만 무언가에 미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신개념 위로의 메시지였다. 변주마저도 잘 됐던지 초등학생을 위한 자기 계발서도 나오더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초등학생에게 자기 계발서라니..
처음엔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응원하다가, 세상살이가 팍팍해지자 힐링을 키워드로 하는 자기 계발서가 쏟아지고, 우리 사회가 힐링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빈사 상태에 이르러서는 실패해도 괜찮고, 직장을 그만둬도 괜찮고, 심지어 미쳐도 괜찮다는 무조건적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자기 계발서가 쏟아졌다.
시대에 따라 혹은 출판사의 판매 전략에 따라 수많은 자기 계발서의 변주가 쏟아졌고, 이에 화답하여 독자들은 성실히 소비했고, 나 역시 성실한 독자의 한 명으로써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찾아 읽곤 하지만, 점점 피로감이 쌓인다. 분명 신간인데 지난번에 읽어본 듯한 찜찜함이랄까? 나는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뿐인데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다투는 통에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게 되는 느낌이랄까?
결국 핵심은 과제의 분리, 공동체 감각, 자기 수용, 타자 신뢰, 타자 공헌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과 커버 디자인을 어찌나 잘 뽑는지, 또 어찌나 기획을 잘하는지 알면서도 사고 싶고 읽고 싶어 진다. 필요를 창출하는 게 마케팅의 핵심이라 했으니, 대한민국 출판사들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잘하고 있단 생각도 든다.
무슨 소리냐고? 도대체 옹호하려는지 반박하려는지 헷갈린다고? 고백하건대, 나는 자기 계발서를 무척 즐겨 읽는다. 자기 계발서란 결국 그놈이 그놈이다 욕하기도 하고, 피로감이 쌓인다며 투정도 부리지만, 그러면서도 또 찾아 읽는, 어쩔 수 없는 자기 계발서 마니아다.
자기 계발서 마니아라 욕하지 마시라! 비슷비슷한 책을 또 읽고 있느냐 비난하지 마시라! 난 용기가 필요할 뿐이고, 새 힘이 필요할 뿐이다. 이 팍팍하고 험난한 세상에서 위로와 격려 없이 어찌 버틴단 말인가? 그리고 기왕이면 한 친구보다 여러 친구들의 격려가 좋지 않겠는가? 게다가 대한민국 출판사 놈들의 마케팅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안 사고 버틸 재간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