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잎 향기

by 바보

엄마가 고향집 마당에 심어놓은 방아잎 한 장을 떼어 주며 향을 맡아보라 했다. 짙은 숲의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고작 잎사귀 한 장이 숲의 향을 다 품고 있다니! 너무 기분이 좋아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 향을 맡다 보니 향이 사라졌다. 그래서 땅에 버렸다. 그런데 엄마가 다시 쥐어주면서 향이 사라진 게 아니라 코가 적응해서 향을 맡지 못하게 된 거라 하셨다. 그러니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30분쯤 뒤에 맡아보라고.


한참 뒤에 생각이 나서 주머니에서 방아잎을 꺼내어 향을 맡으니 다시 진한 숲의 향기가 났다. 다시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 시간쯤 뒤에 맡고, 두 시간 뒤에 또 맡았다. 과연 향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코가 적응해서 맡지 못했던 거였다. 어쩌면 내 몸과 마음이 둔감해져서 놓치고 있는 기쁨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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