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시간이 느리게 흘렀던 때를 떠올려보면 단연 논산훈련소가 떠오른다. 어쩌다 한여름에 4주 훈련을 받게 됐는데, 훈련이 힘든 게 아니라 폭염과 열대야 때문에 힘들었다. 훈련장이 왜 죄다 한 시간 두 시간씩 떨어져 있는 건지, 훈련 자체보다 정수리에 내리 꽂히는 뙤약볕을 견디며 훈련장까지 걸어가는 게 힘들었다. 엄살쟁이라서가 아니다. 푹푹 찌는 날씨에 새어나가는 열을 빈틈없이 막는 군복을 입고 행군하다 보면 누군가 픽 쓰러진다. 그러면 그 친구 응급조치하느라 쉬었다 간다. 좀 더 가다가 또 다른 훈련병이 쓰러지면 본부에 무전을 하고 훈련이 취소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털썩 5인조'라 부르며 칭송했다. 이 다섯 분의 영웅은 4주 훈련 동안 우리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단비가 되어 주셨다. 그분들이 아니었더라면 지독한 열대야로 잠도 제대로 못 자던 그 고난의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을지 상상이 안된다.
이번 여름휴가가 너무나 빨리 끝났다. 남은 여생이 여름휴가처럼 빛의 속도로 흐른다면 아마 다음 달쯤 생을 마감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니 오래오래 생을 누리려면 논산 훈련소 시절처럼 힘겹게 보내면 되겠으나, 그렇게 300년 사는 게 또 무슨 의미인가 싶다.
극단적인 신이 내게 와서 '짧지만 즐겁게 살래? 힘겹지만 오래오래 살래?' 물어본다면 뭐라 답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