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며 동시에 개미인 것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by 바보

나라는 존재가 우주의 섭리 그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듯한 날도 있고, 한낱 개미와 존재의 무게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개미처럼 느껴지는 날에는 작아지다 작아지다 결국 나란 존재가 사라진다. 내가 사라진 후 몇 명의 기억 속에만 자그맣게 자리를 마련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사실 이마저도 자신 없지만, 혹여나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뚜렷한 기억으로 큰 자리를 차지한다 한들 나란 존재가 사라졌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싶다.


또 어떤 날에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가 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구르다 몸이 붕 떠오른다. '바닷가였구나!' 생각하는 순간 '풍덩' 이미 몸은 바다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리고 끝없이 가라앉는다. 점점 빛이 사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것과 조류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돌멩이다. 몸이 떠올랐을 때 잠깐 바라본 푸른 바다를 추억하는 것, 그것만이 돌멩이에게 허락된 기쁨이다.


이렇게 한없이 작아지고 한없이 가라앉다가도 하루 이틀 지나면 또 마음에 해가 떠올라 요따위 기운 빠지는 생각들은 자취를 감추겠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는 둥 개미 같은 존재라는 둥 이런 건 말 같지 않은 소리고, 겸손의 미덕으로 말미암아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나처럼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 또 없다 느껴지겠지?


때론 하루 이틀이 아니라 반나절만에도 마음의 날씨가 변한다. 분명 오전에는 개미였는데, 오후가 되어선 우주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에는 시시각각 개미와 우주의 중심을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혹시.. 이거.. 조울증 아닐까? 어디 가서 상담이라도 받아봐야 하나?

나도 상담사 자격증은 있는데 다른 상담사를 찾아가기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나에게 상담을 받자니 모양새가 이상하고, 게다가 돌팔이라 영 미덥지 못하고..

참..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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