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에서 고광렬은 손모가지가 날아갔음에도 도박을 끊지 못했더랬죠.
축구를 사랑한 박 부장님은 십자인대가 끊어져 대수술을 받고도 축구를 끊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근 반세기 동안 이어진 어머니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끊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왜들 그러나 했는데, 남의 일이 아니네요.
아무런 소득 없는 짓이라며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 몇 번을 던졌다가 머리 긁적이며 돌아오기를 수 차례.
뭔가 마무리 지어야 끊을 수 있겠다 싶어 기어이 책을 만들고서, 이제는 정말 끝이라 선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글이 쓰고 싶어 근질근질한 걸까요?
이게 얼마나 비합리적인 욕망인지 아십니까?
우선 브런치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유통되는 글입니다.
점유율을 고려한다면 네이버 블로그가 더 좋은 선택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요즘 세상에 글을 누가 읽나요? 책을 누가 사나요?
책도 안 읽는 시대에 눈 아프게 누가 브런치에서 글을 읽겠습니까?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브런치가 아니라 유튜브를 해야지요.
백보 양보해서 브런치에 쓴 글을 수많은 사람들이 읽었다 쳐봅시다.
막 조회수가 하루에도 수십만에 달한다 쳐봅시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그래서 그게 나에게 어떤 유익이 되는 걸까요?
이제 아시겠습니까? 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욕망인지..
그래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 자부하는 저이기에 절필을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저는 이렇게 글이 쓰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걸까요?
막 말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또 말할 상대가 없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말이라면 질리도록 많이 합니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질리도록 말을 합니다.
글은 또 얼마나 많이 쓰는지 아십니까?
하루 종일 얼마나 글을 많이 써대는지
테니스는 치지도 못하는데 테니스 엘보우가 왔어요,
손목은 터널 증후군으로 종일 욱신거립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나는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고 싶어 근질근질한 걸까요?
초등학교 때 가장 싫어한 숙제가 뭔지 아십니까? 다름 아닌 일기였습니다.
일기 대충 쓴다고 엄청나게 혼이 났던 저입니다.
그런데 왜 다 늙어서 일기를 쓰지 못해 안달이 나는 걸까요?
일기를 쓰고 싶으면 일기장에 조용히 쓰면 되지 왜 굳이 여기에다 일기를 쓰고 있는 걸까요?
혹시.. 설마.. 관심받고 싶은 걸까요? 역시 그런 걸까요? 설마.. 애정 결핍?
아마도 브런치 공간에서 글을 소비하는 대부분은 '글을 읽는 행위'를 즐기는 독자라기보다 저처럼 '글 쓰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일 거라는 추측을 전제로 질문드려요.
우리는 왜 여기에 글을 쓰는 걸까요?
1. 혹시나 유명 작가가 되어 큰돈을 벌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
2. 라이킷 중독현상
3. 소통하고 싶은 욕망은 있으나 페북이나 인스타처럼 어그레시브한 소통은 부담스러워서
4. 애정결핍이 초래하는 여러 증상 가운데 하나
5. 맞춤법 교정 기능이 있어서
6. 기타 의견( )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분들에게 댓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