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철이 들 무렵 소년은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던질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날부터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만 빼고는 미련하게 공부만 했습니다. 그래서 아랫마을 친구들처럼 어엿한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소년은 집을 사는 방법은 밤낮없이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날부터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만 빼고는 미련하게 일만 했습니다. 그래서 남들처럼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공부만 하다 또 일만 하다 보니 머리는 희어지고, 몸 곳곳이 망가져버렸습니다. 생의 불씨가 어느새 다 타버린 소년은 이제 일어날 힘도 없어 방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습니다. 갑자기 영문을 알 수 없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눈을 껌뻑이니 흘러내려 머리를 적셨습니다. 머리가 흠뻑 젖도록 꺼이꺼이 울다 지친 소년은 아주 길고 아주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