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 못하고 한없이 고개를 쳐드는 눈치 없는 것들의 결말은 분명하다. 눈썹 한가닥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머리카락처럼 자라나니 별수 있나, 잘라낼 수밖에. 삐죽 튀어나온 눈썹 입장에서는 분명 억울하겠지만, 열심히 자라난 게 어찌 죄가 될 수 있냐며 스스로를 변호하고 싶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러게 주위를 좀 둘러보지 그랬냐.
바깥에서 보면 훤히 보이는 것들이 막상 그 안에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감정에 묻히고, 편중된 생각에 묻히고, 허영심에 묻혀서 혼자만 모른다. 세상 사람 다 아는데 혼자만 모른다.
그 여자가 밀지도 당기지도 않는 건 사랑이 아니라 어장관리임을 그 남자만 모른다.
떠나간 그 남자는 결코 돌아오지 않음을 주변 사람 다 아는데 그 여자만 모른다.
반장 선거에 나온 그 친구에게 표를 던질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그 친구만 모른 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선거운동을 한다.
이번에 부장으로 진급될 사람은 최 과장이 아니라 이 과장임을 최 과장만 모른다. 그러면서 홀로 설레어한다.
과속운전과 난폭운전을 일삼는 박 대리의 차를 한 번이라도 얻어 타본 이들은 박 대리가 오래 살기는 글렀음을 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왜 이렇게 운이 없어서 사고가 많이 나는지 모르겠다 한다.
식상한 멜로디만 재생산하는 작곡가는 자신이 만든 음악을 사람들이 왜 듣지 않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예술을 모른다 한다.
매력 없는 보이스를 가진 가수는 다른 길을 찾는 게 현명한 판단임을 본인만 모른다. 그러면서 원래 아티스트는 가난하고 고독한 거라며 자위한다.
영양가 없는 글만 써대는 작가는 본인이 쓴 글이 재미없고 쓸모없음을 모른다. 그래서 밤낮 써댄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은,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영양가 없는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단체메일이라도 보내주면 좋겠다는 거다. 희망고문을 3년째 당하고 있자니 나 자신이 눈치 없이 자라난 눈썹처럼 영 못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