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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Oct 12. 2021

욜로족의 워너비는 파이어족

 절대적인 가난의 시대를 살았던 베이비 붐 이전의 세대에게 가난을 몰아내는 일은 시대적 사명이었다. 새벽종이 울리고 새 아침이 밝으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며 어제보다 안정된 오늘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시대였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상대적 빈곤으로 빈정상할 지언정 아사의 위협은 면했지 않나. 그러니 절대적 가난으로부터 우리 삶을 지키는 공동의 행복 추구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바야흐로 서로 다른 얼굴만큼이나 각양각색인 각자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시대에 호응하듯 욜로족과 파이어족이 탄생했다.


 욜로족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삶인데 어영부영 살다 죽으면 얼마나 억울하겠니?'라는 질문을 던지며 기성세대의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으면 못 노나니' 정신으로 무장한 계획성 없는 소비생활과 방탕함의 표상인 듯 여겨지기도 하지만, 욜로족 친구들과 조금만 이야기 나눠보면 오히려 메멘토 모리 정신에 더 가까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인생의 유한함을 상기하며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이들이란 말이다.


파이어족

  바짝 벌어서 최대한 빨리 은퇴 하자는 전략을 가진 파이어족은 현재의 나를 희생해서 미래의 나에게 보다 폭넓은 자유를 선사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욜로족을 미래의 나에게 빚을 내서 현재의 나를 윤택하게 하는 이들로 오해하는 이들은 파이어족을 정반대 개념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실상은 욜로 정신을 가진 이들의 실천적 이상향이 파이어족이다. 쉽게 말해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가 욜로족이라면, '내가 원하는 삶은 빨리 은퇴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야'가 파이어족이란 말이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는 충분한 자산을 확보하고 일찌감치 은퇴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게 슬프게도 확실해 보이는 대다수의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어쩌면 '한 번뿐인 인생 아끼지 말고 나에게 투자하자!'며 명품 가방이나 값비싼 시계를 구매할지도 모르겠다. 그걸로도 아쉬움이 남아서 럭셔리 외제차를 구매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내 과시적 소비가 그다지 행복이 되지 않음을 깨닫고 자신에게 가치 있는 무언가에 투자하게 되리라. 그리고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을 선사할 라이프 스타일을 탐색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사는데 투자하며 진화하겠지. 그러는 동안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균형과 소비와 절제 사이에서의 균형을 찾아가겠지.


 여기까지 이르면 기성세대와 MZ세대가 무슨 차이인가 싶다. 결국 행복을 추구하는 인류의 고민과 시행착오는 돌고 도는 게 아닐까 싶다. 요즘 어떤 조직이든 MZ세대를 분석하고 연구하며 어떻게든 알아내려는 노력이 가상한데, 그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MZ세대는 기성세대가 짐작하는 만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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