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de Kim Feb 03. 2022

올해의 목표, 평범하게 살기.

 반쯤 누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유퀴즈 재방송에서 멈췄다. 두봉이란 이름의 프랑스인 주교님이 출연했는데 한국말을 잘하셔서 호기심이 생겼고, 하시는 말씀에서 소탈하고 유쾌한 성품이 묻어나 호감이 갔으며, 말씀을 통해 드러나는 그분의 삶이 뭉클하게 다가와서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았다. 그날 받은 인상이 꽤나 깊었던지 며칠이 지나도록 드문드문 생각났다.


 "어릴 적부터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낭비하는 것을 좀 꺼려요, 싫어해요. 아주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평생 평범하게 살았어요. 그래도 행복해요. 물욕을 부리기 시작하면 사람이 한이 없어요. 좀 평범하게 살면 평범한 것으로 만족해요."


 특별해지고 싶고, 그게 어렵다면 특별해 보이기라도 하고 싶고, 모두가 특별하게 살 수 없음이야 분명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특별한 삶을 꿈꿀 거라 생각했다. 가능하면 더 유명하고 싶고, 가능하면 더 가지고 싶고, 가능하면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게 모두의 마음이라 생각했다.

 겸양의 미덕으로 날것의 욕망을 감출 수도 있고, 특별하려고 아등바등하다 나가떨어져서 이제는 특별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평범하게 살아가리라 다짐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평범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평범'이란 '특별한 삶'이란 미션에서 실패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남겨지는 부산물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말하자면 당첨되지 않은 복권, '다음 기회에'가 새겨진 추첨권처럼. 

 멋진 옷을 입고, 그에 어울리는 시계를 차고, 명품을 좀 아는 사람 사이에서도 명품으로 인정받는 브랜드의 가방을 들고, 길가다가 뒤돌아 볼만한 차를 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장에서 꿀리지 않는 연봉을 받으며, 모두가 선망하는 동네에서도, 그 동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삶. 이것이 모두의 꿈일 거라 생각했고, 그 믿음이 꽤나 단단했나 보다. 두봉 신부님의 말씀이 큰 울림을 만든 건 내 생각과 삶이 그만큼 세속적이란 반증일 테니 말이다.


  더 이상 특별하려는 혹은 특별하게 보이려는 노력을 그만하자. 내 삶을 평범한 것들로 채우자. 그 길에 진정한 기쁨이 있으리니. 

작가의 이전글 근검절약에 대한 재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