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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Jun 11. 2022

4차 산업혁명, 인류에게 위기인가 축복인가

 고도로 발전된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을 대체한 가운데 살아남은 입지전적인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김 부장이다. 김 부장은 회사의 사활이 달려있는 중책인 이사직을 두고 역대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휴머노이드 9.0 부장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알파고 제로는 9.0 부장에 비하면 계산기 수준이라며 최종 면접도 치르지 않은 김 부장을 미리 위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회장님은 회사일은 잠시 내려놓고 바둑이나 두자며 김 부장과 9.0 부장을 회장실로 불렀다. 그리고 그다음 날 김 부장의 이사 승진을 알리는 벽보가 붙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었을 때, 어떤 이들은 탄식하며 인류의 시대는 끝이라 했다. 그 이후 알파고는 발전을 거듭하여 알파고 마스터로 업그레이드됐고,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알파고 제로로 또 한차례 업그레이드되더니 성능으로 알파고 마스터를 압살 해버렸다. 이쯤 되니 알파고 제로와 바둑 대결에 나서는 이도, 대결의 결과를 궁금해하는 이도 없는 듯하다.


그런데 회장님과의 접대 바둑의 경우는 어떠할까? 회장님과의 승부에서 이겨야 하나 져야 하나 가치판단을 하고, 회장님의 수에 맞춰 업치락 뒤치락하다가 결국에는 악수를 두는 센스를 발휘해야 하며, 승부처에 이르러서는 '도저히 회장님께는 안 되겠네요, 오늘도 한수 배웠습니다!'와 같이 충성심을 드러내는 찰진 멘트를 날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무적의 휴머노이드 9.0을 무찌른 김부장의 승리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AI에게 야금야금 빼앗기다 결국 모든 일자리를 빼앗기게  거라며 불안해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과거 산업화 시대에도 있었다. 1811, 영국의 노동자들이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직물 공장에 불을 지르고 방적기계를 파괴한 사건으로 흔히 러다이트 운동이라 부른다.  결과 산업화를 막을  있었나?  결과 인간은 일자리를 지켰나? 일자리를 빼앗긴 인류는 희망을 잃었나?


 사마귀의 당랑권으로 마차를 막아설 수 없으니 공장에 불을 지르고 기계를 파괴해도 산업화라는 큰 흐름은 당연히 막을 수 없었다. 손으로 천을 짜던 직조공들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인류가 불행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류는 넘치도록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천을 짜는 일은 기계에게 맡겨두고 디자인이나 마케팅과 같이 가치를 더하는 일이 인간에게 주어졌다. 배를 깔고 누워 칼을 갈던 사람은 그라인더 기계에게 일을 내어줘야 했고, 덩달아 칼 가는 사람의 체온을 지켜주던 개도 직업을 잃었다. 하지만 사람도 개도 그라인더 때문에 불행해지지는 않았다.


 AI가 인간의 일을 이미 상당수 빼앗았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먹다 남은 빵 부스러기를 주워 먹듯이 AI가 차지하고 남은 소수의 일자리를 두고 인류가 박 터지게 싸우는 비극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휴머노이드 9.0을 무찌른 김 부장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현 인류에게 주어진 일의 상당수는 차차 AI에게 내어줘야 할 테지만, 너무 걱정 마시기를. 귀찮은 일, 성가신 일들을 AI에게 맡기고 사회성, 창의성, 인간성, 가치판단력, 눈치, 센스, 배려, 공감, 협업능력, 호기심, 인류애, 사랑 등의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될 테니 너무 걱정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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