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일기를 쓰는 습관은 독서만큼이나 유익이 크다. 독서와 경험 등의 인풋으로 세상의 지혜를 흡수한다면, 글쓰기와 말하기 등의 아웃풋을 통해 경험과 배움을 내면화하면서 인간은 성장한다. 즉, 내적 성장을 위해 가장 손쉽고 가장 효과적인 두 가지 행위는 독서와 글쓰기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글쓰기 중에서도 일기는 특히나 장점이 많아서 초등학교에서 과제로 오랜 세월(적어도 20세기 까지는) 사랑받아왔다. 일기는 나의 생각과 나의 삶을 담은 '나의 글'을 쓰는 행위로 다른 글쓰기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고(예를 들어 소설, 시, 논설문, 기사문 등의 여타 글쓰기는 최소한의 소양이 필요하다.), 글의 소재를 찾기에 그 어떤 종류의 글보다 쉬우며(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경험한 모든 것이 소재가 된다.), 하루 동안의 자신의 언행을 살피며 더욱 성숙한 자신을 만들어 가게 한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기를 쓰면 자신의 내면의 성장 과정을 종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며 메타인지 능력을 기를 수도 있고, 며칠 전 일기를 읽으며 당시의 상황에서 벗어나(혹은 당시의 소용돌이치던 감정에서 한걸음 물러나) 보다 객관화된 시각으로 당시의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으며, 오래전 자신이 일기를 읽으며 과거의 나와의 조우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편과 같은 메시지나 댓글이 아닌 생각의 덩어리와 같은 제대로 된 '글'을 써볼 기회가 현저히 줄어든 현대의 어린이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게 일기이다.
그러나 이토록 유익이 넘쳐나는 일기가 초등학교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첫째는 인권침해 논란 때문이고, 둘째는 그 논란이 학생들의 불만으로, 때로는 학부모의 민원으로, 때로는 판사의 판례가 되어 현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싫다는데 어쩔 수 있나. 학교에서 사라져 가는 일기를 바라보며 참으로 안타깝지만, 별 수 있나. 그냥 그 좋은 일기 나나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