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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May 15. 2022

스승의 날은 개뿔

 저는 어려서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대에 진학해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란 직업에 실망해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향수병에 걸려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그때 나는 뭐가 그리 실망스러웠던지, 그렇게 질려서 떠났으면서 무엇이 나를 돌아오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교대에 진학하려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선생님이란 직업의 허상


1. 선생님이란 직업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에 속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말은 고유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대우가 동반함을 말합니다. 하지만 교사의 경우 딱히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 대우도 좋지 않습니다.

 전문성이란 필드 밖의 사람은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을 인정받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아무도 외과 수술을 스스로 하려 하지 않고, 아무도 자동차 엔진 수리를 스스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특히나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학교 선생님은 임용되기까지의 절차가 있으니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학습지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당장 투입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 생각이 아주 틀린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교사가 전문성을 인정받기 힘든 직군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사회적 대우는 좋을까요? 한 사회가 가치와 전문성을 인정하는 직업군들은 반드시 전반적인 기대소득이 높습니다. 하나의 직업이 다른 나라에서는 상이한 대우를 받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 특정 직업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며 기대 소득이 증대되기도 하락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IT 등 첨단 업종의 소득 증대와 운수업의 상대적 소득 하락을 보면 우리 사회가 각각의 직업군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요.  

 교사라는 직업은 박봉입니다. 초임 시절에는 봉급을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차별 없이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기에 수많은 외국인들이 KOREA DREAM을 가지고 한국으로 모여듭니다. 하지만 초임 교사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합니다. 제가 교사를 그만뒀던 가장 큰 이유도 낮은 급여였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다른 직종으로 가서 급여가 두배가 되었다고 하면 대단히 많이 받은 줄 압니다만, 실상은 교사의 급여 수준이 워낙 낮아서 두배가 되어도 깜짝 놀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2. 일찍 퇴근하는 한가한 직업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우선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퇴근 시간은 6시이고 교사들의 경우 4시 30분이 평균적인 퇴근시간이니 일찍 퇴근한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일찍 퇴근하는 특권을 가진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다른 직장을 다녔을 때와 비교하자면 당시의 저는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했습니다. 점심시간은 한 시간인데 직업 특성상 파트너와의 점심시간을 활용한 미팅이 잦아서 두 시간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점심 식사 이후에 30분 정도의 여유가 생기는데 저는 주로 헬스장에 가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많이 피곤한 날에는 피에스타를 즐겼습니다. 점심시간이 온전히 나의 시간이었음을 말하기 위해 자세히 기술했는데 이는 점심시간을 제외한다면 9 to 6의 9시간 근무 중 실제 근무 시간은 8시간이었음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당연한 말을 이렇게 길게 하나 싶으신가요?

 교사의 일과로 돌아와서 살펴보겠습니다. 교사는 8시 30분에 출근합니다. 그러니 4시 30분까지의 근무시간은 8시간입니다. 그리고 교사에게 점심시간은 급식지도를 하는 시간인데, 수십 명의 아이들과 밥을 먹고 다음 수업시간까지의 생활지도를 하는 시간으로 상당한 수준의 에너지가 고갈되는 이 분명합니다. '급식판에서 국물이 반찬과 섞여서 우리 아이가 밥을 먹지 못하고 하교했다고 한다. 어떻게 된 거냐?', '점심시간에 친구가 놀이터에서 모래를 던졌다던데 선생님은 알고 계시냐?' 등의 민원전화를 받는 실제 사례를 고려하고, 진상을 파악하고, 학생 상담을 진행하고, 생활지도를 포함한 사후 처리까지 염두하면 점심시간은 일의 연장선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근무시간을 따져보면 일반적인 직장인의 근무시간과 다름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돌보기 위해, 그리고 하루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는 교사가 대부분입니다. 퇴근시간 이후에도 각종 업무로 인해 퇴근하지 못하는,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학부모 민원을 처리하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잔업과 야근으로 퇴근하지 못하는 직장인과 비교해서 누구의 노고가 더 큰지를 따지는 게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니 이 부분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3. 훌륭한 선생님이 승진해서 교장선생님이 된다.

 아닙니다. 교사로서의 훌륭함과 승진은 별개라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먼저 교사의 훌륭함을 정의할 기준에 대해 고민해봅시다. 사랑으로 제자를 양성한 교사가 훌륭한 교사인가요? 학업성취도를 높인 교사를 훌륭하다고 할까요? 생활지도를 잘해서 학교폭력 없는 평화로운 반을 만들면 훌륭한 교사라 할 수 있을까요? 학생들이 잘 따르는 인기 있는 교사는 어떻습니까? 아니면 이 모든 조건을 다 충족한 교사가 있다면 교장으로 승진할 자격이 있는 훌륭한 교사라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쓸데없는 고민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교사 승진체계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교사들 가운데 각종 승진 포인트를 수십 년간 모아서 가장 많이 모은 자가 교장이 된다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승진 포인트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훌륭한 교사의 자질과의 관련성을 설명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존경해 마지않는 훌륭한 스승님 혹은 선배 교사가 많이 있지만 이런 분들은 대부분 승진 포인트 모으기에 큰 뜻이 없으셨습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교사가 승진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면 될일 아니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학생의 성장을 촉진하고, 사랑으로 학생을 보듬으며, 열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 사랑, 열정은 도저히 계량화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학교로 돌아온 이유

 사회적으로 딱히 인정받는 직업도 아니고 한가한 직업도 아니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로 돌아온 이유가 뭐냐고요? 그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경험이 쌓이면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더욱 촉진할 수 있습니다.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면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생활지도를 열심히 하면 학급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내가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고, 생활지도를 열심히 해도 그 사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당연히 인정받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제자들의 성장이 나에게는 분명히 보입니다.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며 더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싶습니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특권, 이 것이 교사가 가진 유일한 특권입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수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노고를 나는 알고 있다고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아도, 당신은 사람을 키우는 숭고한 일이라는 믿음을 힘써 지키며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제자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훌륭한 교사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 들어 학생들도 따르지 않고, 동료 교사들과 관리자도 불편히 여기는 원로 선생님들께는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습니다. 무능의 소치로 승진하지 못하고 평교사로 남은 게 아님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당신의 삶이 잉태한 수많은 제자들이 세상 곳곳에서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삶은 빛납니다. 저에게는 그 빛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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