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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Jan 21. 2023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나의 기록

 행복에 대한 책만 찾아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까마득히 잊고 지내다 우연히 서점에서 ‘행복’ 섹션을 발견하고서야 그 시절의 기억이 퍼뜩 떠올랐다.

 ‘여기 서서 행복의 비결을 알려주겠다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 또 자신의 삶을 구원해 줄 것을 기대하며 그중 한 권을 골라 구매하는 사람은 분명 행복을 갈구하는 이겠지. 행복이 있기나 한 건지 잔뜩 의심하면서도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그 길을 아득바득 찾으려 애쓰고 있겠지.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길을 이미 오랫동안 걸어왔고 또 기약 없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하겠지. 20대의 내가 그랬듯이…’


  오늘날 행복에 목말라 방황하던 그때의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행복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과는 별개로 충분히 행복에 가까워졌다 내지는 충분히 행복하다 하겠다. 하루동안의 스트레스가 버거워 쉬이 잠들지 못했던 20대의 나는, 매일 아침 다시 시작되는 하루가 버거워 담배연기로 잠깐이나마 번뇌와 두려움을 끊어내고서야 출근길에 나설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나는 오늘의 나를 상상도 못 했다. 그 끊기 어렵다는 담배를 끊었을 뿐만 아니라 담배 생각조차 나지 않는 오늘날의 나.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나. 그리고 행복 섹션의 책들에 조금의 관심도 없는 나를.


 그렇다고 매일 아침 ‘아! 너무 행복해!’ 소리치며 하루를 시작하는 건 물론 아니다. 그 시절은 노애노애가 반복되었고, 오늘날에는 희락희락이 반복되고 있냐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 때나 지금이나 희로애락이 고루 버무려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몸이 노쇄하여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으니 팔팔했던 20대의 나보다 불행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행복하다.


음… 뭐지? 도대체 왜?


나이가 들면서 삶의 굴곡에 보다 의연해진 게 아닐까? 여러모로 부족한 나 자신이지만 그 자체로 인정하고 나아가 사랑하게 된 게 아닐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알게 모르게 일상의 조그만 행복들을 찾아내고 음미하는 능력이 자라난 게 아닐까?


그러니 알게 모르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조금은 자랑스러워해도 되지 않나 생각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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