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de Kim Aug 19. 2023

마음의 공명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교권이 무너지기 이전에는 이 노래를 학생들과 함께 부르곤 했다.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노래가 당시의 우리반 아이들의 마음과 공명했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 이 노래를 틀어놓으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이 노래와 사랑에 빠졌고, 가르쳐달라고 졸랐으며, 나는 못 이기는 척 이 노래를 가르쳐 주곤 했다.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아이들은 어김없이 이 노래와 사랑에 빠졌다. 우리는 함께 부르고 또 부르며 이 노래 위에 행복한 추억을 하나 둘 쌓아갔다. 성인이 된 제자들은 그 시절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꿈꾸지 않으면'이 함께 떠오르고, 또 '꿈꾸지 않으면'을 들으면 그 시절의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노래가 요즘 아이들의 마음과는 공명하지 못하는 듯하다. 쉬는 시간에 틀어놔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런 노래가 있어, 들어볼래?"라며 소개해줘도 시큰둥하다. "선배들이 사랑했던 노래인데, 어떠니?"라고 사심을 더해 재차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관심이다. 사실 나조차 이 노래가 더 이상 오늘날의 교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이 한마음이 되어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는다. 굳이 부른다면 애교심 없는 학생이 건성으로 부르는 '교가'가 되겠지. 어쩌면 부르기 싫은 노래를 억지로 부르게 했다며 아동학대죄로 고소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과장이 아니라 현 세태가 그러하다.


 무너진 교권을 세우기 위해 교사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모였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딱히 누가 주도하지도 않았다. 마음이 갑갑한 교사들이 자진해서 모이기 시작한 것이 인원이 점점 불어났고, 어느 날은 비가 오고, 어느 날은 폭염경보가 내려졌음에도 그치지 않고 계속되어 오늘 5차 집회에 이르렀다. 그리고 긴 시간의 집회를 마무리하며 다 함께 '꿈꾸지 않으면'을 불렀다. 지금은 더 이상 아이들의 마음과 공명하지 못하여 사랑받지 못하고 잊혀가고 있는 그 노래를 부르는데, 내 마음이 울컥였다. 학생들과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던 그 따뜻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여기 모인 5만여 명의 선생님들의 마음이 공명하고 있음을 나는 분명히 느꼈다. 


 우리 교사들이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다.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는 교실을 되찾기 위함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