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MBTI가 믿기지 않는다고요?

‘INTP 교사’가 전하는 오해와 진심 사이

by 바보

“선생님, MBTI 뭐예요?”
한 해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요즘은 혈액형보다 MBTI가 더 큰 화두인가 봅니다.
학생들은 나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늘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선생님은 ESFJ 같아요. 100% 확신이요.”
아이들이 덧붙입니다.
“이렇게 활발하시고, 늘 재미있는 수업을 하시는데 I일리 없어.”
“이렇게 섬세하고 다정한데 T라니요, 피도 눈물도 없다는 뜻 아니에요?”
“이 모든 걸 계획해서 운영하시잖아요. 무계획형 P는 절대 아니죠.”

그럴 때마다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사실은... INTP야.”
그리고 그 순간, 교실 안에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충격과 배신의(?) 기운이 감돕니다.
“진짜요? 거짓말...”


저는 내향형입니다.
낯선 자리에서 먼저 말을 거는 편은 아닙니다.
에너지를 충전하려면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학생들 앞에서 활기차게 웃고 떠들 수 있는 건, 오롯이 그 순간만큼은
‘그들의 세계’ 안에서 내가 역할을 다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사고형입니다.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위로보다는 해결책을 먼저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을 위한 판단’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차가운 논리 뒤에 항상 숨어 있습니다.


저는 무계획형입니다. 그것도 지독한...
큰 틀은 그려두되, 세부적인 부분은 즉흥적으로 채웁니다.
계획표보다 흐름을 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편이 더 잘 맞습니다.
하지만 그 즉흥성이 오히려 내게는 창의성의 원천이 됩니다.


학생들이 저를 ESFJ로 예상하는 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만든 교실이 그만큼 따뜻했고, 질서가 있었고,
‘나를 돌봐주는 어른’으로 느껴졌다는 뜻일 테니까요.


제가 가진 본래 성향보다도 더 중요한 건,
학생들에게 어떤 존재감으로 다가가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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