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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Nov 06. 2019

스리랑카에 홍차만 있는 게 아니야

 스리랑카에 홍차 순례길과 동물의 숲 캔디만 있는 게 아니다. 오늘은 서퍼들의 낙원 남부 해변을 소개하려 한다.

 스리랑카가 섬나라이기 때문에 동서남북 가릴 것 없이 어디로 가든 바다와 만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남쪽 바다로 가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도 다섯 가지나!


서핑하기에 딱 알맞은 파도

 서핑 보드만 있으면 아무 바다에서 탈 수 있는 게 아니다.(당신이 서핑 초고수라면 집채만 한 파도도 타겠지만..) 우선 일정한 높이의 파도가 일정한 간격으로 밀려 들어와야 하고, 수심이 갑자기 깊어져서도 안되고 수면 아래에 바위가 있어서도 안된다. 물론 악어와 같이 포악한 동물이 없어야 함은 기본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파도의 파장이 길어야 한다는 점이다. 파도가 생성되어서 해변가에 도착해 소멸될 때까지의 파장이 길고 느긋해야 파도에 올라타기에 적합하다. 그런 곳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면 묻고 따지지 말고 그냥 남부 해변 마을 히카두와, 웰리가마, 마타라, 미리사 등 아무 곳에나 가면 된다.

좌우로 길게 뻗은 균질한 파도를 보라

 서핑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분명 멋지게 파도를 타는 장면이겠지만, 파도를 타는 시간은 전체 서핑 시간의 100분의 1도 안될 만큼 짧다. 대부분의 시간은 파도가 시작되는 곳까지 이동해서 동동 떠서 적당한 파도를 기다리며 보내게 된다. 그런데 지루할 것만 같은 이 시간이 의외로 환상적이다(골프채를 휘두르는 순간의 감각이 짜릿하지만 확 트인 골프장 잔디밭을 거니는 기분도 한몫하는 것처럼). 파란 하늘, 일렁이는 파도, 바다 향기를 품은 공기, 바닷물에 산란하는 햇빛, 이 모든 자연과 동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연과 하나 되는 기쁨은 뭐라 비유하기도 어렵다. 서핑 이외에는 그와 비슷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서핑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서핑을 위한 복장을 준비하자. 서핑보드에서 일어섰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표면에 왁스를 바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왁스에 모래가 들러붙어 사포 같은 재질이 된다. 엎드려서 파도를 기다리는 긴 시간 동안 보드와 맞닿아 신체의 민감한 부위가 사포 같은 표면에 자극되어 무척 아플 수 있다. 나는 서핑하는 내도록 젖꼭지에서 피가 나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이미 떨어져 나간 것은 아닌지 계속 확인해야 했다.(그만큼 아프다는 말이지 실제로 피가 나거나 떨어져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싸고 맛있는 해산물

 대자연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인데 오죽 맛있겠나? 산지에서 먹으니 가격도 착하다! 서핑을 위해 이곳을 찾는 유러피언이 365일 계속 이어지기에 요리법도 매우 인터내셔널 하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Galle Fort

 바다와 해산물만 있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곳에는 17세기 그대로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된 골 포트도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허브 항구였던 골 포트는 새로이 재건된 것이 아니라 400여 년 전 지어진 그대로의 항구 마을이다. 게다가 지금도 스리랑카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되고 있다. 즉, 이곳에 가면 17세기 마을에서 숙박을 하고, 식사를 하고, 쇼핑을 즐길 수 있단 말이다.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 스리랑카가 묘하게 섞인 17세기 바닷가 마을을 경험하고 싶다면 단언컨대 전 세계에 이곳밖에 없다.

론리 플래닛의 첫 페이지 사진이 골 포트다!


제프리 바와의 건축물

 제프리 바와는 스리랑카의 천재 건축가이다. 세계의 건축 학도들이 그의 작품을 보고 배우고자 스리랑카를 찾는다. 건물을 작품이라 표현한 이유는 자연과 조화되어 누가 봐도 감탄하게 되는 건물을 짓기 때문이다. 남부 해변에 오면 건물보다 작품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호텔에서 묵을 수 있다. 언덕에 엎드리듯 지어진 건물,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어서 건물 내부 곳곳에 튀어나온 바위, 그러면서도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은 제프리 바와의 건축은 예술이다! 호텔 프라이빗 비치에는 매년 바다거북이 와서 알을 낳는다, 이곳에서 놀다가 아기 바다거북을 발견한다면 안전하게 바다에 도착할 수 있도록 친절한 도움을 베풀기 바란다. 그것이 찬란한 땅 슈리랑카의 정신이다.

언덕 위에 살포시 엎드리듯 지어진 건물
바위가 그대로 드러나 예술이 된 복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놓치지 않은 건축 자체의 아름다움
자연과의 조화와 건축 자체의 아름다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제프리 바와의 건축은 건물이 아닌 작품이다!


기차의 낭만

 그곳에 가는 방법은 버스와 기차 두 가지다. 빠르기야 단연 버스지만 낭만을 아는 당신에게는 기차를 추천하겠다. 해변에 놓인 철로를 달리기에 달리는 내도록 풍경이 시원하다. 그리고 스리랑카 기차는 창문과 문을 일절 닫지 않기 때문에 불어오는 바다의 향기가 객실에 시원하게 퍼지고, 숲을 지날 때면 상쾌한 숲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여러 가지 공연도 볼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공연은 마술쇼였다. 내 눈앞에서 팔뚝만큼 큰 칼을 입안에 넣었다 빼고, 전설의 용처럼 불을 뿜는 스케일도 어마어마한 마술쇼가 좁은 기차 복도에서 펼쳐진다! 그때 그 사람은 진짜 호그와트 출신 마법사가 아닐까 지금도 궁금하다.

창문을 열고 경치를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을 열고 기차에 매달려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도 있다!


Jade Kim 소속 직업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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