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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Nov 16. 2019

아들아, 너무 애쓰지 마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마음을 울리는 말이 달라지는 것 같아. 학창 시절에는 '옳은 것을 행하자'라는 좌우명을 정해놓고 결정의 순간마다 꺼내어 자신을 채찍질하는 용도로 요긴하게 사용했어. 야자 하지 말고 튀자는 친구의 유혹에도, 더자고 싶고 더 누워있고 싶은 내면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그 말채찍의 힘이었지.

 대학생활이 시작되고, 평생을 함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좌우명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더 이상 나를 옥죄일 필요가 없어 보였고, 좌우명을 따르는 삶이란 젊음의 낭비로 느껴지기도 했지. 봄을 만난 나비처럼 훨훨 날았고, 봄비에 나풀나풀한 날개가 찢기듯 사사로운 일에 참 많이 아파했으며, 먹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고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꼬여버린 혀로 웅얼거리며 밤거리를 휘젓고 다녔던 흑역사를 남겼어.

  서른 즈음엔, 김광석 음악을 그렇게 들었어. 그리고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 너무 아깝다'는 말을 그렇게 곱씹었어. 네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 유치원 다닐 때가 좋았다고 했잖아. 아마도 그런 비슷한 마음일 거야.

 얼마 전에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들아 너무 애쓰지 마라. 안 되는 일은 용을 써도 안되고 될 일은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되더라."는 묘한 위로의 말을 하셨어. 노력으로 못할 일이 없으니 무조건 최선을 다하라는 흔한 말이 아니었어.

 아들아, 할머니가 아빠에게 준 말을 너에게 선물한다.

 아들아, 너무 애쓰지 마라, 안 되는 일은 용을 써도 안되더라. 그리고 될 일은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되더구나.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마라. 주관을 지키며 살기 위해 고생하는 시간이 있을게다, 사랑에 아파하는 날도 있을게다, 또 젊음 귀한 줄 모르고 낭비하는 날도 있을게다. 그런데 결국에는 몸과 마음의 건강이다. 너무 애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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