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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Nov 07. 2019

인생 게임에도 치트키가 있을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순순히 드러낼 수 없게 됨을 뜻한다. 잘 모른다고 사장님에게 가르쳐 달라 하겠는가? 부하직원에게 가르쳐달라 하겠는가? 사장님에게 물어보는 것은 무능한 사원으로 찍히는 혹은 하극상으로 찍히는 지름길이고, 부하직원에게 물어보는 것은 이것 좀 나 대신하라고 은근히 종용하는 갑질이 된다. 그러니 나 홀로 꿋꿋이 어떻게든 잘 해내야 한다. 엄마에게 물어보거나 지식인에게 물어보는 건 괜찮다, 옆자리 김대리에게 안 들킨다면.

 꼰대가 왜 그리 많은가 생각해보면 꼰대가 되지 않는 길이 너무 좁기 때문인 것 같다. 훌륭한 어른은커녕 정상적인 어른으로 산다는 것도 쉽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어른의 모습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삐끗하는 날 당신은 꼰대가 된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되고, 그러면서 양심과 도덕률을 어겨서도 안 된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살아야 하지만 동시에 진짜 나로서의 삶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인생이란 게임은 다시 하기가 없고 어물어물거리다 보면 끝나버린다. 

 이다지도 극악무도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인생 게임에서 조금은 더 잘 해낼 수 있는 치트키를 하나 발견했다. 쇼미 더 머니에 버금가는 치트키, '비와 함께 춤추라'는 문장이다. 마음의 번뇌는 계속될 것이고 세상은 나를 잡아먹을 듯 난이도를 점점 높여 가겠지만 더 이상 숨지도 미련하게 버티지도 않겠다. 20대에는 슬슬 피해 다니느라 바빴고, 30대에는 미련하게 온몸으로 받아내다 골병이 들었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 마흔에는 좀 달라져야지. 항상 오는 고난이니 깜짝 놀라지 말자. 왜 나에게 이런 고난이 오냐고 분노해서 맞서 싸우지도 말자. 고난의 손을 잡고 빗줄기에 맞춰 스텝을 밟아보자. 하나 둘, 하나 둘.  퇴근시간 전까지만. 

 퇴근, 이 얼마나 근사한 단어인가?


꼰대의 친절한 설명

쇼미 더 머니 치트키는 둠(DOOM)이라는 전설의 DOS게임에서 시작되었다. 자판기로 'show me the money'를 치면 무적이 된다. 결코 죽을 수 없는 강력한 체력과 최강의 무기를 가진 무적의 용사가 되어 괴물들을 신나게 두들겨 팰 수 있다. 치트키를 처음 발견했을 때 너무 기뻐서 꺄호- 괴성을 질렀다. 그런데 그 기쁨은 채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나자빠지는 괴물이라니. 이게 무슨 재미란 말인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인생은 적당히 어려워야 사는 재미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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