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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Nov 07. 2019

초라함을 극복하는 방어기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학창 시절에는 그때가 오면 우울함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집착적으로 공부를 했다. 느슨해졌던 몸과 마음이 조여지며 공부 효율이 높아지곤 했다. 그러나 우울함과 불안함이 지나치게 크면 쪼그라들어서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방어기제로 우주를 떠올리곤 했다. 무한하게 큰 우주 속에 돌멩이 같은 존재에 불과한 지구, 그 돌멩이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그 코딱지만 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먼지 같은 인간들 중 하나로서 나 자신을 인식하면 내가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문제들이 왠지 작게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달동네에 살아서 옥상에 올라 하늘을 올려다보면 까만 하늘에 콕콕 박혀있는 별들이 잘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먼지가 앉았다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것과 내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먼지는 더 높이 날다가 떨어지고, 어떤 먼지는 그냥 힘없이 흩날리다 사라지겠지만 그 둘이 뭐가 그리 다른가. 그러니 시험을 좀 못 쳐도 되고 좋은 대학 못가도 된다고 나를 위로했다.

 오늘 이십 년도 더 된 기억이 떠오른 것은 그 날처럼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노래 '그땐 그랬지'의 가사처럼 대학만 가면 내 세상이 올 줄 알았다. 취업만 되면 더 이상 고민이 없을 것 같았다. 정말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주변 모두가 승승장구하는데 나만 고여있는 기분이다. 승진하지 못해서 무시받는 미래의 모습이 그려지며 점점 우울함의 우물 바닥으로 처박힌다. 그래서 오늘 다시 우주를 떠올려본다.


괜찮아.

높이 떠올랐다 떨어진 먼지와 맥없이 굴러떨어진 먼지는 별반 다르지 않아. 

승진 못해도 아무 문제 없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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