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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Nov 07. 2019

직장에서 상처 받지 않으려면

 직장에 나를 동생처럼 따르는 후배가 있다. 어느 날 상기된 얼굴로 나타나 앞뒤를 다 잘라먹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나에게 따지듯 물었다. 요지는 직장 동료 사이에 그러면 안 되는 말과 행동을 상대방이 한다는 것이었다. 


  "직장 동료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우리 모두는 돈을 벌기 위해 모여있는 사람들일 뿐이니까."


이 짧은 말로도 어느 정도 수긍이 되었는지 돌아갔다. 그런데 뒤늦게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없었는지 자신에게 되물었다. 가령


 '내 경험상 직장에서 관계를 친밀하게 만드는 3요소가 있더라. 호감, 실리, 소속감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도 없는 관계라면 그냥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너와 나처럼 직장이라는 건조한 생태에서도 호감을 베이스로 친해지는 경우가 있고, 승진이나 업무에서의 유리함을 위해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이들이 있으며, 직장 내에서 혼자는 외로우니 적당한 사람과 연대를 만들고자 친하게 지내는 이들이 있더라. 세 유형중 어떤 사람이 상처를 받게 될까 생각해보자. 실리나 소속감을 위해 관계를 맺는 이들은 좀처럼 상처 받지 않아. 원하는 실리나 소속감을 얻지 못했을 때 분노할 뿐이지. 그런데 인간적인 관계를 기대하며 다가가는 사람은 상대방이 실리나 소속감을 베이스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 상처 받게 돼.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10년 차 20년 차 직장인들은 일터에서 우정 비슷한 동료애를 찾지 않아. 고등학교 이후로는 친구를 만들 수 없다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이 되지. 그러니 직장에서 가족 같은 혹은 친구 같은 관계를 기대하지 말고 우리 모두는 직장동료이고 각자의 생계를 위해 모여있는 집단이라 생각하면 실망보다 의외로 그 안에도 끈끈함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게 될 거라 생각해'


라고 말해볼까 생각했다가, 그만뒀다. 동생처럼 잘 따르는 후배가 진짜 동생은 아니니까. 괜히 동생처럼 대하다가 상처 받게 되는 건 나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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