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바보같이 웃을 때가 좋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는 듯이.
그런 서로를 보고 있으면 점차 눈이 멀고 귀는 닫혀선, 우리는 어느새 시간을 잊고 공간을 지운채로 순간을 맛보며 추억을 시향(試香)하지.
너의 웃음은 나의 망각이야.
지워진 시간들을 영원한 추억으로 교묘히 대체하고.
그 약간의 추억으로 한동안 깨지 못할 밤에 나를 가두어 두는.
밖은 아직 추운데.
이 모든 게 실은, 긴 겨울을 잠시 잊게 하려는 너의 계략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2020.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