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빗대자면, 겨울에서 봄이 되는 때일거야.
그래, 쌩하던 바람소리가 살랑하고 바뀔 때쯤.
여전히 찬 기운이 곳곳에 있어 혀가 잘 굴려지지 않아서. 때로 봄바람은 사랑거리며 부는 것 같기도 해.
사실은 전부 억지인 걸 알아. 사상(思想)이 먼저였겠지, 단어는 끼워맞춘 거고. 그럼에도 이러는 이유는, 당신의 자리를 비워두기 위함이야.
계절은 멈추지 않으니, 봄은 곧 여름이 될거야. 뜨거운 것들은 둥근 마음도 각지게 할테니, 남는 것은 사람일 것이고.
가을은 너무 짧아서, 결국 삶만이 남겠지.
—나는 계속 살거야.
그러려면 당신이 남긴 사랑을 계속 기억해야 해. 당신의 자리는 그러니까-이를테면 내 삶의 원형(原形)이야. 그러니 억지로라도, 아니 사상으로 안 된다면 상상(想像)을 끌어서라도 당신이 새긴 것들을 잊지 않을테야.
2020.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