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msnghwn May 20. 2021

경사[傾斜]

"- 좀 못할 수도 있죠. 너무 위축되지 마세요. 여러분은 여러분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입니다." 


몇 시간의 강연은, 요약하자면 그런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이 또 위로를 받았겠지. 그런데, 그런데 그걸로 정말 된걸까. 그러니까 정말 웃긴 건, 좀 느리면 어때요- 실패할 수도 있죠 같은 말을 늘어놓는 사람들은 죄다 성공한 사람들뿐이라는 거다. 싸구려 위로는 딱 그만큼의 값어치일 뿐. 자기 위치도 책임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위로는 결국.. 그래 티타임 같은 거다. 만약 저 몇 시간의 강연을, 실패를 거듭하다 파산한 어느 누가 진행한다면. 아-- 여러분 실패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하지 마세요. 되도록이면 플랜B, 플랜C도 준비하세요. 최저시급보다 존중받고 싶다면, 발에 불이 나도록 죽어라 뛰세요... 같은 말들을 늘어놓진 않았을까.   


"-마님의 병을 고칠 약을 구하다가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거예요. 성공했다면 사람들은 나를 현명하다고 생각했겠지요. 성공을 해야만 우리는 지혜롭다는 평을 들으니까요." - <히폴리토스>, 에우리피데스


그러니까 위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성공했기 때문이지, 실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란 거다. 경사[傾斜]에 있는 사람은 결코 편히 쉴 수 없다.  


2021. 05. 19

매거진의 이전글 마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