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라는 말

시인 이상을 생각하며

by kmsnghwn

천재라는 말에는, 왠지 모를 차가움이 있다.

완벽하고 뛰어나며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차가움에 응답이라도 하듯 여기 고독하고 슬픈 한 천재가 있다.

시인 이상.

그는 언어적인 표현을 넘어선 천재적이고 독창적인 시를 창작해냈지만 그의 삶은 천재적이지 못했다.


그의 시를 읽을 때면

때로는 난해함이 때로는 혼돈이 우리를 휘감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시'라는 장르의 특성을 살려,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이런 시'를 좋아한다.

천재라고 생각했던 그의 모습에서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쩌면 불우했을 그의 삶을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재가 쓴 시에서 나는,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 모두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시> 이상


역사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 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 위험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그돌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라.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는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주목할 것은,

그가 지었다는 작문 속 '차마'라는 단어다.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자기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었다'는 그 '차마'라는 단어 속에는

사랑하는 그 무언가의 앞에서 터져 넘치는 감정으로 어쩔 줄 모르는 우리의 모습이 있었다.


돌로 대유되는 소중한 무언가가 저 멀리 가는데,

차마 잊을 수가 없다.

내 차례는 없을 것도 알고 있음에도.


소중한 것 앞에 특출난 누군가는 없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애틋한 그 무언가 앞에서 우리 모두는 하찮지만 그렇기에 아름다운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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