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
-고은 / 그 꽃.
산을 타다 보면, 올라갈 때의 풍경보다 내려갈 때의 풍경이 더 잘 보이는 경험을 하는 날이 있습니다. 갑자기 바깥의 풍경이 바뀌지 않는 한, 똑같은 풍경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마음에서 비롯 됐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면 오를 때의 풍경과 내려갈 때의 풍경 중에 아름다운 것은 어느 쪽일까요? 애석하게도 이를 알 수는 없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풍경을 다르게 보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서 비롯되거든요. 따라서 풍경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것도 역시 우리의 '마음'입니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한 그 꽃을, 고은 시인은 내려갈 때야 비로소 보았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떤 보편적인 감상이 아닌 시인 개인의 경험입니다.올라갈 때 우리가 본 꽃이 내려갈 때 마주할 꽃보다 충분히 아름다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만 아름다운 꽃을 마주하기 위해선 후회하지 않을 길을 걸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보고 있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자부할 수 있게 오르거나 내려가야 하겠죠. 오르다 지쳐 내려가면서, 혹은 내려가다 뒤돌아 다시 오르면서 그때 비로소 '이제서야 보았네' 하고 고백하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