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을 생각하며

by kmsnghwn

시는 간결하고 함축적인 언어로 우리에게 긴 여운을 줍니다.

좋은 시란, 결국 큰 울림을 주는 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중고등학교 내내 우리는 시를 학문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떻게 시의 주제와 의도를 읽어내는 지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결국 시의 감동을 느끼기 위한 것임을 뒤늦게야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정확히 꼬집어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없어도,

이런 말 이런 느낌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결국 시인분들이 원하는 감상법에도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소박하지만, 그 발상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참신합니다.

저는 그의 시를 읽으며 일상의 위안과 용기를 얻곤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구절로 유명한

<풀꽃>을 지은 바로 그분입니다.


오늘 나태주 시인의 시 몇편과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떠신가요?



<내가 너를,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없거나 혹은 멀리 있다고 해도

우리는 사랑하는 감정을 희미하지만, 이어나가곤 합니다.


그것은 그 대상을 깊이 사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대상을 사랑하는 나의 감정이 사랑스럽기 때문이지 아닐까 합니다.



<허벅지, 나태주>


당당함이여
향기로운 성전을 받들고 선
두 개의 튼튼한 기둥이여

가고 싶거든
어디든 가거라
꿈꾸고 싶거든
무엇이든 꿈꾸라

그대 달콤한
안식과 방황이여
드디어 쓰러진 안식이여


어디론가 떠나거나 무엇을 시작하는 것 만큼 두렵고 힘든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삶이란 결국 괴롭고 외로운 일입니다.

니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모든일의 시작은 위험한 법이지만,

무슨 일을 막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가만히 두 허벅지를 쉬게 놔두면, 그것은 잠깐의 안식이 될 수는 있지만

결국 외로운 길이 될 것입니다.


방황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기를 이 시는 말하고 있는가 봅니다.

그것이 정말 꿈꾸고 원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겪는 방황이라면 말이죠.

두 허벅지로 꿈을 향해 일단 나아가는 삶은, 그것이 방황일지라도 아름답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차마' 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