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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snghwn Dec 22. 2016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재즈피아니스트다. 그는 재즈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재즈가 설 곳을 잃어가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그렇게 그는 성공에서 멀어져갔다. 하지만 그는 꿈꾼다. 순수한 재즈를 들려주는 자기만의 카페를 운영하는 걸.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배우 지망생이다. 그녀는 유명해지고 싶어하고, 연기다운 연기를 하길 꿈꾼다. 하지만 오디션을 보는 족족, 작은 배역 하나 못 따고 돌아서기 일수다. 그래서 그녀는 지쳐간다. 실력이 없는 듯한 이 연기에 매달리는 것에.


그런 그와 그녀는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러고는 서로에게 급격히 빠져들게 된다. 사랑으로 그들의 상처를 메워가면서. 하지만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사랑이 오래가기란 그 얼마나 어려운지!

라라랜드는 그런 영화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과 이별이 전부다. 이렇게 말하면 되게 별볼일 없는 시시한 영화 같다. 하지만 그 만남과 이별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란 우리의 삶과 닮았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사소한 감정들이 모여 결국 이별을 부르고 후회하고, 지난 과거가 아쉽다가도 결국 다 놓아주어야만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렇다. 그래서 뻔히 큰 스토리를 알아도 영화에 빠져들 수 있다.


La La Land는 영화의 배경인 LA를 가리키는 데 쓰기도 하지만, '꿈의 나라'라는 의미도 있다. 어쩌면 감독은 시시해보이는 우리의 삶이, 실은 가장 꿈같은 순간순간들로 채워져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 (스포주의)

이 영화의 베스트 씬을 꼽으라면, 나는 미아의 공연에 가지 않은 채 재킷 촬영을 하는 셉의 모습을 보여준 씬을 꼽고 싶다. 분명 '사랑하는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고, 이것이 성공하는 선택인데 왜 나는 지금 불행한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셉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모습이 현실과 꿈 사이에서 끊임없이 타협하고 싸우고 고통스러워하는 나의 모습과 닮아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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