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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snghwn Jan 11. 2017

어쩌면 비극은 가장 소중한 것들 때문에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Tale of Tales)>

<테일 오브 테일즈>는 <펜타메로네>라는 소설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펜타메로네>는 간단히 말해서,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작품에, 오늘날 우리가 아는 동화의 원형 대부분이 담겨져 있다는 겁니다. 그 유명한 샤를 페로나 안데르센, 그림형제보다 앞선 시대에 말이죠.


<테일 오브 테일즈> - 출처 : Daum 영화


<펜타메로네>는 총 50가지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테일 오브 테일즈>는 그 중에서도 '마법의 암사슴', '벼룩', '살가죽이 벗겨진 여자' 3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내에서 3개의 이야기는 서로 교차편집돼 전개됩니다. 이는 각 이야기가 마치 하나의 시공간에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실상은 각각이 하나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옴니버스 식의 영화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테일 오브 테일즈> - 출처 : Daum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가 볼만한 이유로는 먼저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제작진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미장센과 신비한 분위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판타지 동화다보니 '눈이 즐거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영화에 내재돼 있는 '아이러니'입니다. 세 에피소드의 주연들(아이를 갖기 위해 괴물의 심장을 먹은 롱 트렐리스 여왕, 딸을 괴물 같은 남자에게 시집보낸 하이힐스 왕, 젊음을 얻으려 살가죽을 다 벗겨내고 만 노파)은 모두 어떠한 가치를 추구합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론 욕구이지만, 자존심, 질투 등의 다양한 형태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런 가치를 열망할수록 결말은 오리려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 모순이 발생하죠.


<테일 오브 테일즈> - 출처 : Daum 영화


얼팟 보기엔 모순이지만 원작인 <펜타메로네>가 동화임을 고려하면, 이런 아이러니의 실상은 그리 어렵지 않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욕망의 크기가 클수록 부담해야하는 위험은 커진다'는 인과응보 말입니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합니다. 자신의 아이를 독점하기위해 잔인한 짓을 서슴없이 하거나, 자존심 때문에 딸을 괴물같은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거나, 질투와 부러움으로 스스로의 가죽을 벗겨내는 등의 선택을요. 결국은 이런 선택들이 쌓여 잔혹한 결말을 만들어내고야 만 겁니다. 처음에는 순수했던 욕망이 점차 어긋나 탐욕이 되고, 종래에는 파국을 맞이하고 만거죠.


<테일 오브 테일즈> - 출처 : Daum 영화


이는 당연한 진실이지만 실은 놓치기 쉬운 진실이기도 합니다. 취업, 결혼, 부, 명예...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어떻게든 지켜보려고 우리는 매일을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라고 그 과정에서 어긋난 욕망을 추구하게 되기도 합니다. 특히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목표달성에 덤벼드는 바로 그런 때에 말이죠.


소중한 무엇을 얻고 지켜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놓아야만 할 것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위해, 또 다른 소중한 무언가를 버려가며 잔혹하게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욕망을 추구하는 삶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위해 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버려지는 것들로 인해 비극이 생겨나지는 않을 지 고민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른을 위한 동화 <테일 오브 테일즈>를 통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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