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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snghwn Feb 14. 2018

평범한 듯, 그러나 어쩌면 특별한

영화 <원더>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 사는 일이란 게 실은 다 비슷하지 아닐까 하는. 특히 관계에 대해서는 말이다. 우연히 혹은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나고, 사소한 오해들로 멀어지다 다시금 가까워져선 하하호호 짝짜꿍하는 일련의 스토리가 그렇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관계란 건 실은 대단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 관계의 평범성 혹은 특별함을 결정 짓는 것은 결국 관계를 인식하는 주체에 달려있는 셈이다.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특별한 것이니. 관계를 맺고 있는 주체들 간의 이런 인식 차이는 별 거 아닌 듯 보여도, 생각보다 삶을 많이 변화시키기도 한다.

영화 <원더>는 언뜻 안면 장애가 있는 아이의 성장통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꼭 그 이야기만을 내세우고 있지는 않다. 힘든 삶을 겪고 있는 아이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부모, 누나, 친구, 선생님-의 성장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그 통증은 관계로 부터 피어난다. <원더>는 즉, 어떻게 우리의 관계를 인식하고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에 대해 같이 모색하는 영화이자 기록인 셈이다.

영화는 ‘어기’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다 점차 그의 부모, 누나, 그리고 친구, 심지어는 누나의 친구의 관점에서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본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하나 없다는 말처럼. 관점을 변화하며 직접 당사자의 입장이 되면, 어쩌면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부터 생겨난 사소한 틈 같은 것이기도 함을 알게 된다.

부모-자식 관계든, 친구 관계든, 연인 관계든 간에 모든 관계는 크거나 혹은 작은 문제들을 마주한다. 한 쪽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그러한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때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관계에 균열이 생기곤 한다.

대개 후자의 문제는 소통의 부재로부터 비롯되곤 하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당사자들이 그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어기를 둘러싼 인물들이 관계 속에서 앓고 있던 균열과 염증이 나아가는 것은, 어기의 부모가 그리고 비아가 더불어 다른 인물들이 이어진 관계와 인연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고 쉽게 그 끈을 놓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적’은 말 그대로 벌어지는 것 자체가 희귀한, 놀라운 일을 말하지만, 때론 일상에서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고 벌어진 관계의 틈을 메꾸는 노력이 기적으로 승화되곤 한다.

영화 속 어기를 둘러싼 인물들은 모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흔할지도 모르는 평범한 이야기에서 놀라움과 감동을 느끼게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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