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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snghwn Mar 27. 2018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거라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사랑에 관련된 영화에 자주 양념처럼 얽혀들어가는 소재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시간일 것이다. <어바웃 타임>이나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너의 이름은> 혹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같은 영화들만 보아도 그렇다. 이는 달리 말하면, 사랑영화에 있어 시간을 소재로 하는 건 다소 진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 생각해보면 시간이란 소재로부터 자유로운 영화는 아무것도 없다. 아니, 비단 영화 뿐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 또한 시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사랑에 시간이 중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도대체 왜 유독 사랑영화는 시간을 뒤틀고, 되감아보면서까지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는지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이라는 건 늘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했던 이에 대한 기억엔 과거와 미래가 없다. 추억이든 상상이든 그에 대해 떠올리는 것은 오직 지금이기 때문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그렇게 사랑과 가족에 대한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시간에 대한 영화인 셈이다. 누군가를 과거든 지금이든 나중이든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거라면, 당신은 지금을 살아갈 것이라는 내용을 다루기에.

사랑이란 단어는 실로 오묘한 단어다. ㄹ을 덧붙이면 불어오는 봄바람 같고, ㅇ을 닫으면 사람이 된다. 이뿐인가. 어느 책에서 보았듯, 사람은 빠르게 축약해 읽으면 삶으로도 읽힌다.

결국 사랑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삶의 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은 얼핏 스르르 흐른다기 보다, 살랑거리며 매 순간 끈임없이 불어온다. 당신이 사랑을, 아니 어쩌면 삶을 살고 있다고 깨우쳐 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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