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시즌5
살기 좋아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행복해지는 것? 편리해지는 것? 먹고 살 걱정을 안 한다는 것?
어쩌면 그 모든 것을 아우를 대답은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욕망이 실현되는 것"
<블랙 미러>가 매 시즌마다 들고 나오는 에피소드는 미래의 세계가 배경이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해, 이전에는 상상만 했던 일들이 가능한 세계.
상상만 하던 일이 실제로 구현된다는 것. 이것은 곧 욕망이 구체화된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욕망하던 것이 실현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그럼 이 <블랙 미러> 속의 세상은 "살기 좋은"세상이 되었을까. 매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본인이 살기 좋아졌다고 느낄까.
애석하게도, <블랙 미러>는 정반대의 결론 혹은 메시지를 내놓는다. 살기가 좋아지기는 커녕 주인공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할 것이고, 더욱 깊숙이 번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다소 냉소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블랙 미러>의 이러한 결론은 꽤 그럴싸하다.
그토록 오래 바라던 것들이 이뤄졌을 때, 우리에게 가장 먼저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것은 만족감이 아니라 허탈감이기 때문이다. 욕망이라는 것은 항상 그렇다. 항상 채워졌으면 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그것이 채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채워졌을 때 "그토록 오래 바라던 욕망"은 상실되기 때문이다.
직접 이뤄지지는 않고, 그저 바라기만 할 수 있는 것들은 때로는 삶의 구심점이 된다. 꿈이란 것도, 결국에는 이뤄지지 않은 욕망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욕망이 이뤄져도, 이뤄지지 않아도 고통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블랙 미러>는 이에 대해 마치 이런 답을 내놓는 것만 같다.
설령 그 끝이 비극이더라도, 끊임없이 욕망하라고. 그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욕망하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행복할 것이고. 욕망하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고통스러울 테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