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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snghwn Sep 27. 2020

About Kevin

영화 <케빈에 대하여>

혈연. 부모와 자식이라는 굴레. 그것을 벗겨낸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케빈은 에바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직장, 가정, 소중한 모든 것들. 아무런 준비없이 덜컥 낳게 된 아이란 대개 그런 역할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을 잃은 에바에게 남은 것은 케빈이다. 이러한 모순은 부모와 자식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과정을 왜곡한다. 하나 뿐인 혈육이라는 생각이, 책임과 부담, 미움과 사랑이, 서로를 인격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 셈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서 에바는 집안 곳곳의 빨간 페인트를 벗겨내는 일을 반복한다. 그것은 마치 지울 수 없는 혈연의 굴레를 필사적으로 벗어나려는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엄마와 아들이라는 관계에 몰입했을 뿐, 에바는 진심으로 케빈을 이해하거나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혈연을 벗어나,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케빈을 에바는 이해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사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로소 모든 페인트를 걷어냈을 때, 에바는 케빈을 만나러 간다. 그러고는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엄마와 아들이 아닌, 하나의 인간과 또다른 인간으로서 극적인 화해의 포옹을.


부모와 자식의 굴레를 벗어난다면, 남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불편한 이 비극에 대해 말해 볼 필요가 있다.(We need to talk about Kevi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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