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고 막막한 이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하기로 했어

by kmsnghwn

‘자유’라는 말과 참 잘 어울리는 말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사랑’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오로지 자신의 몫이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 <더 랍스터>는 이와 정반대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더 랍스터>에서 사랑은 목적이 아닌 도구이며, 동시에 강요받는 규율이다.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야 하고, 커플이 되기 위해선 공통점을 찾아내야만 한다. 이런 설정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왜 저리 극단적이지?’, ‘왜 저렇게 어리석지?’하는 생각을 품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만 돌아보면 이런 설정이 딱히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무엇이 사랑인지도 모른채, 왠지 그럴 거 같다는 막연한 느낌으로 공통점 혹은 운명을 가장하여 연인이 되고 이게 사랑이라고 끊임없이 본인을 설득하는 그런 모습이 말이다.


그러니까 결국 데이빗은 랍스터로 살아가게 될 것임을, 영화를 본 우리는 깨닫는다. 그가 사랑을 하든, 하지 못하든.


2018. 10. 01.

영화 <더 랍스터>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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