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기
부모님 돌아가신 지 10년이 흐른 지금, 비소로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를 생각만 해도, 북받쳐 오르는 어떤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었고, 그에 따라 어떠한 생각도 애도로 충분히 하지 못한 것 같다.
부모님이나 가장 가까운 사람을 보낸 이후에는, 감정을 소화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들었고, 내가 겪는 고통이 나의 사랑의 깊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기억하려고 노력하라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았으나, 그동안 나는 엄마의 쓰던 물건들 조차 마주할 자신이 없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처분하기에 바빴던 것 같다.
슬픔이 파도처럼 다시 덮쳐서 모든 일상을 무너뜨리는 순간들이 있었고, 언제쯤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차마 입밖에 꺼내지도 못한 지난날.
조금은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것인지, 비로소 3개월 암선고를 받고, 당신께 말기 췌장암이라는 선고조차 말해줄 용기 혹은 방법조차 몰랐던 자식이, 떠나보내드린 이후,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엄마를 떠올리고, 그녀의 삶의 흔적을 하나하나 생각하게 시작한 것이다.
떠나보낸 이와 추억을 우리 마음속에 간직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난 엄마의 험하고도 단단했던 그 고귀한 삶을 무한히 존중하고, 감사하는 태도를 매 순간 되새김으로 엄마의 죽음을 뒤늦게 하루하루 애도하려 한다.
이 방식이 나에게는 세상에 엄마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더 남겨두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엄마 잘 지내고 있지? 그동안 너무 고생 많이 하셨고, 한없이 존경합니다... 우리 또 엄마와 딸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