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품추구

샤넬 No.5 — 기억의 잔향과 無功의 병

— 그러나 그 무엇보다 향이 아닌 방식으로 남는

by kmu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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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상은 AI 입니다




빛 없는 향수, 부유하는 병


샤넬 No.5의 투명한 병은 허공을 유영한다.
빛은 산란되고, 향은 없음 속에서 흐른다.


공기 속에 멈춘 하나의 형상 —
그러나 그 멈춤 속에는 천천히 피어오르는 감각이 있다.




기억의 상품 vs 잔향의 형이상학


그것은 단지 향수가 아니다.

1921년, 인공의 노트로 창조된 최초의 근대 향수.
샤넬이 선택한 ‘No.5’는 다섯 번째 시도이자, 여성이 자신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수.
한 방울의 향 안에 혁명과 기억, 연인과 상실, 시간과 꿈이 섞여 있다.


그러나 지금, 그 향은 없다.

남은 것은 병 — 그리고 잔향의 부재가 만든 현존의 무게.




無香而香(무향이향), 非想非非想의 상태로


병은 있으나 내용은 없다.
향은 사라졌으나 감각은 깨어 있다.


이는 곧 非想非非想(비상비비상) —
향을 느끼되, 그것이 향이 아님을 아는 상태.

혹은 無香而香(무향이향) —

향이 없으되, 향의 현존이 있는 공(空)의 감각.

병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지만,
그 침묵이야말로 수행자의 자세이자,

無功之坐(무공지좌) — 목적 없는 완전한 자리이다.




香은 사라지고, 병은 남는다


샤넬 No.5는 흔적이다.

마릴린 먼로가 “잠잘 때 입는 건 No.5 뿐”이라 속삭였던
그 말조차 지금은 없다.


그러나 그 잔향은, 형상 없는 채로
우리의 후각과 기억, 그리고 무의식 속을 여전히 부유한다.

이는 곧 묘유(妙有) — 없음 속에서 피어나는 가장 고귀한 존재.




무위로 머문다. 그러나 그 무위는 가장 단단한 선택


샤넬 No.5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말 없는 방식으로 창조된 香의 철학입니다.

우리는 말하지 않습니다.

향이 되기 전의 침묵을 기다릴 뿐입니다.

형상이 다 흩어진 후에도 남는 잔향처럼 —
창작은 감각의 여백에서 시작됩니다.


그 無香의 끝에서 — 우리는 창작합니다.

기억이 휘발된 병 위로, 무상의 감각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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