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요즘은 귀국 준비에 여념이 없다. 마냥 들뜨고 신났던 첫 해외생활을 집콕하며 마쳐야 한다는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준비해야 할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란 걸 알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접한 한국 코로나 소식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지금 내가 본 숫자가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맨 앞자리에는 결코 찍힐 것 같지 않던 숫자가 떡하니 찍혀 있었다. 베트남보단 적은 숫자지만 인구수가 한국이 훨씬 적은 걸 감안하고 대체로 방역이 잘 된다고 믿었던 한국이기에 확진자가 좀처럼 줄지 않는 모습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만약 하노이에서 서울 수준의 확진자가 나왔다면 다시 집 밖으로 못 나오고 통행증 검사하고 도로를 막는 생활을 할게 뻔했다. (현재는 상황이 조금 나아져 하노이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통행증 없이도 다닐 수 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한국 코로나 숫자 보고 깜짝 놀랐어. 왜 줄지를 않는 거야. ㅠㅠ”
“아, 여기는 그렇게 많이 나와도 이젠 그러려니 해. 사람들도 별로 신경 안 쓰고 돌아다니고.”
“진짜?”
“그렇게 확진자 나와도 애들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고 여행도 가고 일상생활 다 해.”
확진자가 3000명이 넘었다는 소식에도 친구는 의외로 담담했다. '한국 가면 자가격리 후에도 당분간 집에서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상해 보일 정도다. 하노이에서는 코시국에 최대한 사람 간의 접촉을 금하고 학교도 모두 문을 닫고 집에서 지내는 생활을 해왔기에 친구의 말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한국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베트남에 올 때는 미처 몰랐다. 다시 내 나라로 돌아가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시국이 이렇지 않다면 비행기표와 여권만 준비하고 되도록 편한 시간대로 비행기표를 예약했을 것이다. 도착하면 출국심사를 마치고 집 앞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해외 입국자 절차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왜 이리 복잡하고 준비할게 많은지 내가 마치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가는 것 같았다.
하노이 출발 인천 도착 항공편을 알아보니 다른 선택지 없이 자정에 가까운 시간 또는 새벽 시간대뿐이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피했을 시간이다. 한국에 도착하면 새벽 5시. 깊게 잠들 틈도 없이 두 아이를 깨워 긴 줄을 서가며 까다로워진 입국 심사도 받아야 하기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내가 하노이에 올 때도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왔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지만 주변 환경은 많이 변해 있는 듯했다.
공항 가기 전부터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다. 우선 출국 전 72시간 전에 받은 <PCR 음성 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현지에서 예방접종을 맞은 경우 영문으로 공증받은 <예방접종확인서>도 필요하다. 다행히 10월 1일부터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들어갈 경우 예방접종을 2차까지 맞은 경우에 한해 격리 면제가 가능하다. 격리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격리면제신청서>를 작성해 영사가 발급한 <격리면제서>를 들고 와야 격리가 가능하다. 이렇게 서류를 가지고 와서 여러 번의 입국 심사를 거쳐 <자가격리자안전보호> 앱을 설치하고 주거지가 확인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또한 어린 자녀가 있으면 있으나 마나다. 만 6세 미만 자녀는 보호자가 예방접종을 완료하면 동반 격리 면제가 되지만 만 6세가 지난 우리 집 1호 같은 경우는 예방접종을 맞을 수 없고 격리 면제 대상자도 아니다. 격리 면제 대상자는 입국 후 24시간 전에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이 나오면 능동 감시자가 된다. 6~7일 후에 다시 한번 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오면 능동감시도 종료가 된다. 예방접종을 맞지 않고 격리 면제 대상도 아니면 당일 PCR 검사를 받고 2주의 격리가 끝나기 전 다시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이 나와야 격리가 해제된다. 그럼 '보건소에 갈 때는 어떻게 가지?'란 의문이 들 때 다음 문구가 보였다.
보건소에 갈 때는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자가 또는 걸어서 이동하세요.
자가도 없고 걸어서 이동하기엔 다소 먼 거리인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도 까다롭다. 격리 면제 대상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우리 집 같이 격리 면제 대상자가 아닌 사람이 있으면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없고 해외 입국자 전용 버스나 KTX, 방역 택시 등을 이용해야 한다. 미리 방역 택시를 예약하는 어플도 있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보다는 비싼 비용이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 바로 보건소에 들려서 검사를 받고 다시 집까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알아볼 참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해외 입국자를 관리하고 격리 대상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건 안전상으로 꼭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해되지 않는 허점들도 보였다. 얼마 전에 국민청원에 <해외 백신접종자에게 백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미국에서 화이자백신을 2차까지 맞고 한국으로 귀국했지만 한국은 '해외에서 받은 접종기록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외 백신 접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백신을 수입해서 자국민에게 투여하는 한국인데 그걸 단지 한국에서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건 어불성설처럼 보인다.
그리고 해외에서 받은 공증된 예방 접종증명서를 보건소에 제출하면 등록은 되지만 인증은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즉, 백신 접종자인 건 맞지만 한국에서 백신을 맞은 것처럼 '인정'은 해 줄 수 없다는 거다. 그럼 한국에서 또 맞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이미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에 또 맞을 수도 없다고 한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분명 공증까지 받아가며 예방접종기록을 증명했고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통과해 격리 면제 혜택은 줄 수 있지만 접종은 여전히 '인정'해줄 수 없다는 정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또 해외 백신 접종 완료자가 (물론 격리 면제 국가에서 출발할 경우) 모두가 격리 해제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해외 백신 접종 완료자중 직계가족 방문 사유에 직계존비속 즉, 배우자, 부모님, 자녀만 해당되며 형제, 자매는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제, 자매를 만나려면 백신 접종자라도 2주간 격리를 해야 한다. 이는 단지 어떻게든 접촉을 최소화시키려고 만든 억지 규정 같다. 누구를 만나는 건 같지만 부모님을 뵐 땐 격리 면제가 되고 형제자매는 안된다니 하니 이상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로 인해 의료진들과 행정 처리를 위해 많은 분들이 애쓰시고 있는 거 알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인 문제점도 분명 있어 보인다. 이런 문제점들이 빨리 해결되어 억울한 사람이 없길. 그리고 빨리 코로나가 끝나 예전의 마스크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