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정리를 하나씩 하다 보니 창고 구석에서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이 나왔다. 몇 년 전 쿠팡에서 대용량 묶음으로 구매한 기억이 났다. 친환경세제라는 말에 무턱대고 샀는데 정작 그 사용방법이 헷갈려 내 눈밖에 난 물건들이다. 외형도 비슷하고 세 가루들의 성질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각각 어떤 효과가 있는지 구분하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에이 그냥 마트에서 용도에 맞는 거 사서 편하게 쓰자'란 생각으로 그들은 내 눈에서 점점 사라졌다. 그리고 거의 3년 만에 내 눈에 다시 띈 거다.
최근 제로 플라스틱, 친환경적인 삶에 관심을 가진 후 유튜브, 신문기사, 인터넷, 책 등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다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을 제대로 활용만 해도 화학세제와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3년 전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 가루가 무엇이고 각각 성질과 쓰임은 어떤지 알아보기로 했다. 주부 8년 차에 처음으로 살림을 위해 공부를 한 거다.
내가 '이 세 가루의 쓰임이 어렵다'라고 느낀 결정적인 이유는 서로 비슷한 외형에 각 가루의 특성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가루를 쓰려니 망설여졌다. '왜 어떤 때는 베이킹소다를 쓰고 어떤 때는 과탄산소다를 쓸까?', '구연산과는 또 무엇이 다를까?', '어떤 원리가 작용되는 걸까?'와 같은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기에 우리 사이엔 커다란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가장 먼저 이 장벽부터 허물기로 했다.
인터넷에는 세 가루에 대한 정보가 넘쳐났다. 그러다 보니 도저히 머릿속으로는 정리가 되지 않았다. 우선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은 후 내가 그동안 궁금했던 것, 필요한 정보만 모으고 그 활용방법을 노트북에 정리했다.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니 훨씬 이해도가 높았다. 아래는 정리한 내용 중 일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청소는 산성과 염기성이 만나 중화작용이 일어나면서 때를 제거하기에 이 원리를 바탕으로 가루의 특성을 이해하기로 했다.
베이킹소다는 다른 말로 탄산수소 나트륨, 중탄산나트륨, 소듐 바이 카보네이트 등으로 불린다. ph8로 약알칼리성을 띤다.(염기성과 알칼리성이 헷갈려서 찾아보니 염기성 중에서도 물에 잘 녹는 염기를 알칼리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성 때 제거에 효과적이다. 산성 때는 집안의 다양한 때 즉, 악취, 기름때, 손 때, 찌든 때, 먼지 때로 베이킹소다는 이들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기름때가 많이 끼는 부엌에서 효과적이다. 기름기가 있는 프라이팬을 씻기 전에 베이킹소다 가루를 뿌려 기름기를 1차로 제거하고 세척하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또한 기름때가 묻은 싱크대, 가스레인지 후드를 청소할 때도 베이킹소다 가루를 뿌리고 물이 묻은 솔로 문지르면 기름때와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가스레인지 후드는 베이킹소다를 따뜻한 물에 풀고 십여분 정도 불린 후 솔질한다).
또한 탈취효과가 있어서 땀 냄새가 나는 곳이나 음식물 쓰레기통에 베이킹소다 가루를 뿌리면 불쾌한 냄새를 흡착한다. 베이킹소다는 물에 녹여 사용하면 쉽게 녹아서 흡착력은 떨어진다고 하니 되도록이면 가루 또는 페이스트(물에 살짝 개어진)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베이킹소다는 각종 때 제거와 흡착력은 있지만 살균효과는 없다. 살균 효과를 내긴 위해선 베이킹소다로 청소한 후 구연산을 이용하면 된다.
구연산은 약산성으로 식초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래서 알칼리성 때 제거에 좋다. 알칼리성 때는 세균이 번식하면서 암모니아가 생긴 때로 배수구, 욕실의 변기 얼룩, 물때, 화장실 냄새, 생선 비린내를 말한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텀블러나 커피포트 안에 낀 물때도 구연산 하나면 쉽게 제거된다. 구연산 한 스푼을 커피포트에 넣고 끓인 후 만들어진 구연산수를 텀블러에 넣고 10분이 지나면 버린다. 다시 깨끗한 물을 가득 채워 커피포트에 끓이고 텀블러에 넣기를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물때가 쉽게 제거된다. 그동안 세제 묻힌 수세미로 힘겹게 손을 넣어 닦았는데 그것보다 훨씬 손쉬웠다. 분무기에 물을 넣고 구연산 1큰술을 넣고 흔들어 희석하면 구연산수가 된다. 이를 생활용품에 뿌리고 마른걸레로 닦으면 냄새도 제거되며 소독도 된다. 땀 성분과 만나면 더욱 세균이 번식하므로 신발장에 넣고 사용하지 않는다.
과탄산소다는 다른 말로 산소계 표백제라고 하며 ph11로 강알칼리성을 띤다. 흰 빨래를 돌릴 때 같이 넣어주면 하얗게 되거나 얼룩 제거에 좋다. 또한 빨래 없이 과탄산소다 한 컵을 넣고 따뜻한 물로 돌리면 거품이 일면서 세탁조 청소도 된다(찬물에는 잘 안 녹기 때문에 따뜻한 물을 이용한다). 베이킹소다와 같이 알칼리성을 띄지만 베이킹소다보다 강한 알칼리성을 지닌 만큼 세정력은 좋다. 하지만 표백작용도 함께 하므로 1종 세제(식기외에 과일및 야채 세척가능)는 아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때를 제거할 때는 베이킹소다를 그래도 제거가 안 되는 때는 과탄산소다를 이용하면 된다. 과탄산소다는 물을 만나면 산소가 발생하므로 환기되는 장소에서 사용을 권장한다.
비슷한 이름으로 탄산소다(워싱소다)가 있는데 과탄산소다랑은 엄연히 다르다. 탄산소다는 베이킹소다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없앤 순수한 탄산나트륨으로 과탄산소다와 같이 강염기성을 띈다. 과탄산소다는 탄산소다에 표백작용을 첨가한거라 보면 된다. 빨래를 할 때 과탄산소다가 좋을 것 같지만 유색옷에 쓰면 색이 빠질 수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세탁세제로 탄산소다가 많이 거론된다.
이렇게 좋은 세 가지 재료를 모두 섞어서 사용해도 될까? 베이킹소다와 과탄산소다는 같은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섞어도 되지만 과탄산소다 단독으로 쓸 때보다 알칼리성이 약해진다. 그러니 찌든 때일 경우 과탄산소다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또는 과탄산소다)와 산성인 구연산을 함께 쓰면 그 자체만으로 중화작용이 일어나 세정력이 감소된다. 따라서 나는 주로 화장실이나 주방을 청소할 때는 베이킹소다를 뿌려 1차로 청소하고 헹군 후 구연산수를 뿌린다. 그렇게 하면 세정과 살균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동안 무늬만 주부였던 나. 결혼하고 엄마가 되면 자동으로 잘하게 될 줄 알았던 살림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복잡하다고, 어렵다고,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억지로 해야 했던 청소가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 가루의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니 재미로 다가왔다. 이제는 새로운 청소 세제를 사는 대신 이들을 잘 활용해 볼 생각이다. 환경도 지키고 건강에 해롭지 않는 이들을 더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