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의 끝을 보다

자가격리면제서를 작성하면서

요즘은 11월 초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서류 준비에 한창이다. 다행히 베트남은 자가격리면제 대상 국가로 지정되어 10월에 입국하면 예방접종을 2회 접종하고 2주가 경과된 사람에 한 해 자가격리면제서를 신청할 수 있다. 한 달 단위로 격리 면제 국가를 새로 지정하기에 아직 11월에도 베트남이 격리면제 국가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베트남에서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나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료를 준비 중이다.


격리면제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들이 필요하다. 온라인에서 신청하며 면제 동의서, 예방접종증명서, 진위 확인에 대한 서약서, 여권사본, 방문 증빙 서류 등이 필요하다. 예방접종을 맞은 것이 사실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이를 어길 시에는 법적인 제재도 가해질 수 있다는 설명도 상세히 덧붙여 있었다.


자료를 준비하다 보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만약 11월에도 베트남이 격리면제 국가로 지정된다면 이미 예방접종을 맞은 나는 격리면제 대상이 되지만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만 6세, 만 4세인 나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비접종자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규정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질의응답 문구가 보였다.

Q. 주재국에서 예방접종을 받고 가족 방문 사유로 격리면제서를 발급받은 부모와 동반 입국하는 미성년자가 미접종자인 경우에는 격리면제서 발급이 가능한가요?

A. 만 6세 미만은 부모 보호가 필요한 최소연령으로 판단하여 미접종자에게도 격리면제를 하고 있으나, 만 6~18세 미접종자는 부모의 도움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고, 방역 위험 등을 고려할 때 격리면제를 실시하기에 어려움이 있음.

이라는 답변이 달렸다.


방역당국은 만 6세를 기점으로 부모 도움이 필요한지 그러지 않은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었다. 만 6세면 현재 7세 또는 생일이 늦은 8세 아동일 거다. 과연 이런 아동에게 부모 도움이 비교적 자유롭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과연 만 6세 아동이 자신 스스로를 보호하고 할 일을 척척하는 부모 없이 따로 지내는 생활이 가능할까? 만약에 국내에 거주지도 마땅치 않고 돌봐줄 친척도 없다면 그 아동은 따로 격리시설에 가서 격리를 해야 하는 게 원칙인거다. 관계자들이 여러 번의 회의를 거치고 고심에 고심을 거쳐 규정을 세웠다 할지라도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규정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란 부푼 꿈은 금세 미접종자 아동에 대한 규정을 보고서야 빛 좋은 개살구임을 깨달았다. 첫째가 딱 이 나이에 걸리는 만 6세 아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격리면제서를 들고 입국한다면 만 6세가 되지 않는 둘째는 나와 함께 격리면제가 가능하지만 첫째는 만 6세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그럼 또 다른 의문점이 들었다. 우리는 바로 자가로 갈 예정이기에 격리면제대상자와 그렇지 아닌 자가 함께 생활할 경우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격리면제 대상자인 보호자도 함께 격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정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 지역구 보건소에 전화를 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한 공간에 있어도 면제 대상자는 자유롭게 일상생활이 가능하세요. 다만 격리해야 할 아동은 다른 가족 접촉 없이 방 하나를 단독으로 사용해야 하며 가족과 접촉해야 할 경우 마스크를 쓰고 되도록이면 분리 생활을 하셔야 합니다.”

“그럼 실제로 그렇게 분리 생활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확인하시나요?”

“그건 저희가 확인 못해요. 격리하시는 분이 알아서 방역지침을 지켜주셔야 해요.”


이 말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 난 이와같은 말을 공항에서도 보건소에서도 또 들을 가능성이 높았다. 과연 만 6세 아동을 부모의 도움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판단한 점, 격리면제대상자와 아닌 자가 같은 집안에 있어도 되지만 어린 아동을 방에서 따로 생활하게 해야 한다는 점, 만약 접촉을 하려면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점, 격리자와 함께 생활하는 격리면제 대상자는 외출을 포함해서 자유롭게 일상생활이 가능한 점, 하지만 정말로 이와 같은 지침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 따로 확인은 어렵다는 점 등에서 제도적 허점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난 격리면제서를 들고 가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2주간 집에서 자가격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준비과정에서 느낀 탁상행정의 여운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다행히도 조금씩 변화의 기운은 보인다. 해외 예방접종자들은 백신 접종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백신 인텐 티브를 적용받지 못했는데 10월 7일부터는 해외에서 자가격리면제서 또는 예방접종증명서를 가지고 오면 COOV 사이트에 등록되어 국내 접종자들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코시국에는 내 나라에 가는 것조차 여러 증명 서류가 필요할 정도로 고된 과정이란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결국 한국에 돌아가서도 일상생활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맞이할 평범한 생활을 오늘도 난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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