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이 딸기맛 우유 하나를 3,000원 넘게 주고 샀다

베트남에 가면 생활비 절약할 수 있다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에는 총 2개 브랜드의 마트가 있다. K-마트라고 한국 제품 대다수와 현지 제품(야채, 유제품 등) 일부를 파는 마트, 그 바로 옆에 Vin마트라고 베트남 회사 VIN 그룹에서 운영하는 현지 마트로 대부분 베트남 제품에 일부의 한국 제품이 판다. 그런데 Vin마트는 큰 사이즈의 마트 1개(일명 큰 Vin마트), 작은 사이즈의 마트(일명 작은 Vin마트) 1개, 이렇게 2개가 있어 결과적으로 총 3개의 마트가 있다. K마트와 작은 Vin마트는 엎어지면 코 닿을 때에 나란히 붙어있고 큰 Vin마트는 5분 정도 걸어야 나온다. 큰 Vin마트와 작은 Vin마트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개념이기 때문에 주로 나는 큰 Vin마트를 이용한다.


주로 K-마트와 큰 Vin마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두 곳에서 파는 제품이 어디가 싼 지 비교하기 시작했다. 하노이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K-마트는 Vin마트보다 한국 제품이 더 싸고 Vin마트는 K-마트보다 베트남 제품이 더 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짐이 도착하기 전, 한참 햇반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 ‘햇반은 K-마트가 더 싸겠지’란 생각해서 무조건 K-마트로 달려갔다. 그런데 Vin마트에 같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팔고 있는 것을 보고 위의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한국 제품이건 베트남 제품이건 같은 제품이라면 Vin 마트가 100원이라도 저렴했다(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그래서 장보기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우선 1차로 큰 Vin마트로 가서 장을 본다. 마트가 크다 보니 물건 종류도 많고 특히 다양한 야채가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사려는 제품이 Vin마트에 없으면 2차로 K-마트로 간다. K-마트에서는 Vin마트에서 사지 못한 한국 제품을 주로 산다. 한국에서 수입 들어온 제품이 많다 보니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몇 년을 여기서 살아야 하기에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주부 심리를 발동해야 했다.


어제도 큰 Vin마트에서 장을 보고 그곳에서 사지 못한 부침가루를 사기 위해 K-마트에 들렀다. 부침가루를 고르면서 문득 오늘 아이들 간식을 뭘 줘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좋아하는 딸기 우유를 사주자’란 생각으로 우유 코너로 갔다. 평소에 먹던 현지 제품의 딸기 우유가 없었다. 그냥 갈까 하다가 바로 옆에서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빙그레 통통한 딸기맛 우유’가 내 눈 속으로 들어왔다. 내가 한국에서 즐겨먹던 바나나 맛 우유의 딸기 버전이다. 그 통통한 몸통을 잡고 빨대를 꽂아 쪽쪽 빨면 왜 이리 행복하던지 종이팩 우유는 흉내 낼 수 없는 그 녀석 만의 특유한 느낌이 있다. 난 그 느낌을 참 좋아했다. 하노이에서 그 우유를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바로 ‘이 녀석들을 사자’라고 생각했다(사실 내가 먹고 싶었다). ‘당연히 한국보다 비싸니 하나에 1500~2000원 정도 하겠지? 가끔인데 이 정도는 사주자 ’란 생각으로 우리 집 1,2호 꺼 2개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계산대 옆에는 평소 인사를 나누던 한국인 점장님이 계셨다. 점장님과 눈을 마주치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누는 사이 내가 산 부침가루와 통통한 딸기우유 2개가 계산되었다. 총금액이 계산대 화면에서 얼핏 보였다. 앞자리를 보니 19만 동 정도였다. 이 금액은 현재 환율이 100 VND=4.86 KRW이니 우리나라 돈으로 약 9,000원이 넘는 돈이다.

‘내가 산 건 3개뿐인데 뭐가 이리 비싸지? 우유가 생각보다 비싼가? 그냥 뺄까?’를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점장님께서 빨대를 챙겨주려는 직원에게,


“우유 2개 샀다고 빨대 2개만 드리지 말고 넉넉히 좀 드려. 나중에 다 버릴 거면서……”


라고 핀잔을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우유를 빼려는 마음을 아셨던 걸까?' 찜찜한 마음이었지만 속 마음을 들킬세라 어서 서둘러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집에 와서 본격적으로 영수증을 확인했다. 통통한 딸기맛 우유 원래 한 개당 가격이 71,000동(약 3,450원). 그나마 할인 카드로 계산해 2,000동씩 할인받아 한 개당 69,000동(약 3,350원)에 산 셈이다. 조그마한 우유 한 개의 가격이 무려 3,350원? 아무리 네가 통통하다지만, 아무리 네가 비행기 타고 물 건너왔다지만 이건 너무 사악한 가격 아닌가? 살 순간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가격이다. 갑자기 부침가루에 화살이 돌아갔다. '너를 사러 가지 않았다면 통통한 우유도 내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100원이라도 아끼려는 내 노력이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물거품이 된 기분이 들었다. 한국의 이마트몰에 들어가 보니 4개짜리 묶음에 대략 4,600원, 그럼 한 개당 계산하면 1,150원 꼴이다. 한국에서 살 때보다 무려 3배나 비싼 가격이다. 다음에는 더 이상 통통이 우유를 품을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 베트남에서 너와의 만남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K-마트에서 산 부침가루와 문제의 통통이 딸기맛 우유
딸기맛 우유 영수증


보통 베트남에 산다면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하니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들겠네’라고 생각한다. 여행자로 와서 현지식으로 몇 끼를 해결한다면 ‘와~ 싸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야말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교민이나 주재원 가족은 다르다. 집에서 주로 한식을 만들어 먹고 이를 위해선 현지 마트에서 사는 재료로는 한계가 있다. 또 한국사람이라면 베트남 제품보다 한국 제품이 더 끌리게 되어있다(실제 퀄리티에서도 한국 제품이 훨씬 우수하다). 수입 들어온 한국 제품은 한국에서 살 때보다 기본적으로 1.5배에서 3배 이상으로 비싸다. 한국 음식점도 한국에서 파는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게 생활하다 보면 한국보다 생활비가 결코 적게 들지 않는다. 누가 베트남에서 생활하면 생활비가 적게 든다고 했던가.



** 대문 사진 출처- 쿠팡에서 광고한 '빙그레 딸기맛 우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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