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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May 04. 2021

나는 너의 거울, 너는 나의 거울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아들, 딸아~ 

오늘은 엄마가 존경하는 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 엄마가 엄마가 되었을 때 ‘이분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란 생각을 했어. 엄마가 너희들을 낳고 엄마가 되었을 때 솔직히 막막했단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냐고? 엄마도 이번 생에서 엄마가 처음이야. 이 소중한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엄마도 공부가 필요했지. 그리고 육아란 그동안 ‘나’를 가운데 놓았던 중심축에서 아이들, 그러니깐 너희들 중심으로 새로운 중심축이 하나 더 생기는 일이야. 하나에서 갑자기 둘이 생겼지. 그 둘은 자주 충돌하고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며 엄마를 애간장 태웠어. 힘이 들고 지치는 일이었지. 이렇게 34년 동안 ‘나’로 살다가 갑자기 ‘엄마’로 사는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단다. 


그래서 엄마가 선택한 방법은 많은 책을 읽는 거야. ‘모르면 선배 엄마들에게 배워야지’라는 생각으로 여러 육아 서적을 읽기 시작했어. ‘푸름이네’니, ‘잠수네’니 하면서 여러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책 속에 나와있는 대로 하면 우리 아이도 저렇게 될 수 있나?’라는 희망을 안고 말이야. 하지만 육아 서적을 읽으면서 점점 괴리감이 생겼어. 그리고 깨달았지. 책 속의 아이들은 결코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평범한 아이가 아니기에 이들 부모가 이렇게 책을 펴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런 책들은 그냥 덮어두기로 했어. 그리고 점점 육아 서적을 멀리하기 시작했지.


그러던 중 우연히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만났어. 바로《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란 책을. 엄마가 어렸을 때 <달팽이>란 노래를 부른 ‘이적’이라는 유명한 가수가 있었어. 그 외에도 많은 좋은 노래를 쓰신 분이야. 나중에 크면 찾아서 들어봐. 노래 가사가 예술이야. 어릴 때 이분의 노래를 들으면서 ‘어쩜 저렇게 사람의 감정을 잘 전달하면서 창의적인 가사를 쓸까?’란 생각을 했어. 그러면서 그분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궁금했지. 알고 보니 그분의 어머니는 여성학자이자 위의 책을 쓰신 박혜란 작가님이셨어. 이 책도 육아서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타의 책과는 달리 엄마의 마음속에 쏙 하고 들어왔단다. 왜냐하면 그녀는 일반적인 평범한 엄마와는 달랐거든.  


 엄마를 포함한 보통의 엄마들은 아이 옆에 붙어 있으며 혹시나 아이가 불편해하거나 하기 싫은 부분은 옆에서 챙겨주기 바쁘지. 소중한 내 새끼 남들보다 부족함 없이 자라게 해 줘야지, 어려움을 겪지 않아야 구김살 없이 곧게 자랄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래서 자식이 초등학교에 가면 일하는 엄마들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업맘이 돼. 자식을 더 잘 키우기 위해, 남들에게 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뒷바라지를 하지. 이렇게 훌륭하게 자식을 키운 작가님도 그런 줄 알았어. 하지만 아니었어. 오히려 아이들에게 무심했지. 오죽했으면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이들을 다시 키운다면 라면을 많이 먹이지 않았을 걸……’이란 대답을 하셨겠어. 나이 40살에 박사과정을 준비하면서 아이들 끼니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고 해.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엄마가 없어도 아이들 스스로 챙겨 먹을 줄 아는 아이가 되었지. 그리고 이적 아저씨도 말했어. 어릴 때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집은 항상 더러웠고 물건들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고. 그게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다고. 정말 보통의 엄마와는 다르지? 


박혜란 작가는 모델링의 중요성을 아시고 실천하신 분이야. 그리고 엄마도 자식들에게 모델링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지. 모델링이 뭐냐고? 음… 그러니깐 엄마는 너희들의 거울이 되는 거야. 너희들이 엄마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게 모델링이야.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지. 만약 아이를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수영을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같이 수영장에 자주 가면서 엄마가 열심히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실제로 박혜란 작가는 아이가 고3 시절(한국에서는 일생일대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이자 집안에서 서열 1위로 등극하는 시기)에 중국대학교로 교환교수로 가셨어. 보통의 엄마들은 이 시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올인하지. 아이가 가는 대학교에 따라 자신의 사회적 서열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즉, 박혜란 작가는 아이와 적당한 거리감을 두는 엄마, 예민하지 않은 엄마,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엄마였어. 그리고 아이들의 감정을 소홀히 다루지 않고 위로해줬지. 그랬더니 누가 챙겨주지 않아도 자기 할 일은 스스로 하는 아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우려는 아이, 예민하지 않은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는 거야. 


엄마는 이 책을 읽고 반성을 많이 했어. 혹시 너희들이 스스로 할 일을 엄마가 박탈한 건 아닌지, 너희들을 예민하게 만든 건 아닌지, 너희들의 감정을 잘 못 읽은 건 아닌지 하고 말이야. 책 제목대로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라는 존재란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 같아. 이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너희들이 손을 뻗으면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엄마가 될게. 너희들이 힘들 때 스스럼없이 말하고 언제든지 토닥여주는 엄마가 될게. 언제든지 쉬고 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존재가 될게. 


엄마도 새로운 사실을 알았어. 너희들도 엄마의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해맑은 웃음을, 매번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내는 창의력을, ‘얼음을 먹으면 엘사 공주가 된다’고 말하는 너희들의 톡톡 튀는 상상력을. 엄마도 너희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 너희들은 그 자체로 특별한데 더 특별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며 공부라는 이름으로,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너희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가두지 않을 거야. 

나는 너의 거울이고, 너는 나의 거울이야.




참고 자료: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by 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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