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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Jul 16. 2021

엄마표 학교

자의 반 타의 반 홈스쿨링

아들, 딸들아 ~

너희들이 유치원을 안 간지 벌써 3개월이 다 되어 가네. 처음 시작은 코로나로 인해 등교가 전면 중단되고 온라인 수업을 들었지. 나도 옆에서 수업을 같이 들다보니 너희들이 낯선 타지에서 그것도 영어로 7-8권이나 되는 교재로 공부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되었어. 고작 7살, 5살인데 말이야. 그래서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너희들의 생각을 존중했고 엄마도 무리하게 다닐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홈스쿨링 아닌 홈스쿨링을 하고 있지. 다시 코로나가 베트남 전 지역으로 번지고 있는 지금에서 보면 잘한 결정이란 생각이 들어.


처음에 너희들이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도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엄마는 막막했어. 너희들이 엄마와 하루 종일 함께 있다고 좋은 걸까? 힘들다고 그만두게 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잘 적응하도록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 게 맞는 걸까? 그리고 주변에서 그러더라. ‘유치원에 안보내면 엄마가 힘들지 않겠어요?’, ‘그러다 병나요.’, ‘어디라도 보내요’, ‘아이들 친구는 어떻게 사귀어요?’, ‘밥 세끼는 어떻게 하려고요?’라고. 처음에는 엄마도 많이 고민했었어. ‘엄마만의 시간이 없어지는데’, ‘아이들 친구도 없이 쓸쓸해하면 어쩌나’, ‘밥 차리고 설거지하다 하루 끝나는 거 아냐’라고.


결국 내가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 우리 아이 둘만을 위한 ‘엄마표 학교’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수준 높은 학습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닌 너희들 수준에 맞는 재미있는 방법을 활용하기로 했지. 그리고 학습위주 보단 주로 책과 놀이, 다양한 경험에 중점을 두기로 했어. 비가 온 뒤에는 아침부터 나가 달팽이를 관찰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그 결과 생전 처음 보는 민달팽이도 볼 수 있었어. 주렁주렁 망고가 매달린 망고나무 주변을 관찰하며 망고를 찾으러 다니고 아파트 주변에 있는 다양한 꽃들을 구경하는 것도 커다란 재미지.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새로운 곳에서 하는 새로운 경험은 나를 발전시키는 자극이 될 수 있거든.


너희들과 몇 개월 지내면서 깨달았어. 내가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아들은 엄마가 생각한 것보다 더 꼼꼼하고 자기가 하고자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어. 며칠 전 재미있게 놀다가 갑자기 한글 쓰기를 꺼내오길래 “힘들면 안 해도 돼.”라고 더니 너는 “아니야 할래. 여태 많이 놀았잖아. 하고 또 놀래.”라고 했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는 능력은 네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너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어.


우리 딸은 집중력은 약하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나. 밖에 나가서 운동하는 걸 좋아하지. 줄넘기 사달래서 사주니 매일 저녁 땀을 뻘뻘 흘려가며 될 때까지 연습을 하더구나. 이제는 제법 하나, 둘 씩 넘기며 줄넘기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했지. 두 발 자전거 연습을 할 때는 엄마도 놀랐어. 중심을 잘 못 잡는 것 같아 뒤에서 잡아주니 “엄마 잡아 주지 마. 나 혼자 할 거야.”, “엄마 나 조금만 더 연습하면 될 것 같아.” 하더니 드디어 두 발 자전거 타기도 성공했어. 스케이트보드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너, 언젠간 스케이트보드도 멋지게 타는  기대할게. 도전하고 열심히 노력해 성공의 경험을 맛보고 또 도전하고…….  그 모습이 참 멋지다.    


이젠 엄마를 찾지 않고 둘이 서로 의지하며 노는 시간도 많이 늘었어. 나중에 커서 ‘복면가왕’에 나간다고 노래를 직접 만들어 듀엣으로 부르기도 하고 가족 놀이, 학교 놀이 등 새로운 놀이를 계속 개발해 가며 서로 끊임없이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몇 시간씩  놀더구나. 어디 그것뿐이야?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사탕을 한 아름 숨겨놓고 엄마 몰래 먹으며 너희들끼리 키득키득 거리고, 엄마 향수를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며 ‘엄마한테 들키면 안 돼!’라며 완전범죄를 모의하는 모습까지. 너희들이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와.


내가 ‘우리 아이들 유치원 그만뒀어요’라고 말하면 어떤 이들은 그래. 엄마가 선생님이니깐 아이들도 잘 가르치겠다고.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는 건 큰 메리트가 될 수는 있어. 하지만 이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야. 나는 너희들에게 절대로 선생님이 될 수 없어. 나는 너희들의 엄마니깐. 그야말로 너희들이 태어날 때부터 옆에 있었던 엄마, 존재 자체로 의미 있는 엄마니깐. 엄마는 그냥 엄마여야지 학교에서 하던 것처럼 선생 노릇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


하지만 엄마표 학교의 자랑이 있어. 선생님이 아닌 그야말로 ‘엄마’라서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이 있더라고. 그건 한 없이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랑을 너희에게 주는 일, 너희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바른 인성으로 자라줄 거라 믿어 주는 일 그리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아낌없는 용기와 겪려를 주는 일 말이야. 어떤 훌륭한 선생님보다 엄마가 더 잘할 자신 있어. 엄마표 학교는 오직 너희 둘만을 위한 학교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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