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의 온라인 수업

소중한 예전 일상이 그리울 때

연휴 마지막 날인 5월 3일,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받은 문자 한 통.


안녕하세요? 아이들과 즐거운 연휴 보내셨나요? 코로나 확산으로 오늘 저녁 갑작스럽게 베트남 정부와 교육청으로부터 공문을 받았습니다. 추후 별도 공문이 내려올 때까지 휴원과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

가정에서도 코로나 예방수칙을 잘 실천하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외국 입국자들 외에는 감염자가 없던 베트남에 몇 달 만에 사회적 감염자가 나왔다. 현재까지 하노이에만 50명 이상, 다른 지역까지 합치면 며칠 사이에 그 전보다 몇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몇십 명 가지고 뭘 그러냐 하겠지만 여긴 의료 강국 한국이 아니다. 의료시설이 약하기 때문에 베트남 정부도 코로나가 한번 퍼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걸 아는 거다. 베트남 정부는 몇 명의 사회적 감염자가 나오더라도 이렇게 학교, 유치원부터 문을 닫으라는 지침이 내려온다. 이어서 헬스장, 가라오케, 술집 등은 운영이 중단되고 식당, 카페에서는 테이블 수를 줄이고 아파트 수영장, 놀이터까지 모든 편의시설 이용이 차단한다.


기약 없는 집콕 생활이 시작됐다. 왠지 이번에는 오래갈 것 같은지 지난번과는 달리 유치원에서도 온라인 수업을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ZOOM 어플을 이용하고 체육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을 매일 40분씩 5교시, 수업시간은 9시부터 13시까지 진행됩니다.

이 문자를 받고 걱정이 되었다. 초등학생도 아닌 7세, 5세 유치원생 아이들이 매일 4시간씩 컴퓨터 화면을 보며 수업에 잘 참여할 수 있을까? 다른 엄마들도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고 결국 학부모들의 투표로 하루 2시간씩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나도 이런 상황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애들아~ 우리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은 유치원에 갈 수 없게 되었어. 그 대신 컴퓨터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거야.”

“어떻게 컴퓨터로 공부해?”

“선생님 얼굴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거기에 들어가면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 보며 공부할 수 있어."

“진짜? 신기하다. 빨리 보고 싶다.”

온라인 수업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은 벌써부터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드디어 대망의 온라인 수업 첫날. 처음 온라인 수업을 접하는 아이들도 나도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 덩달아 두 아이를 동시에 준비시키려니 내 마음도 바빠졌다. 큰 아들은 컴퓨터가 있는 옷 방 책상에 자리를 마련했고, 작은 딸은 아이들 방에 상을 펴고 태블릿 PC를 준비했다. 전날에 미리 깔아놓은 ZOOM 어플을 다시 체크하고 큰 아들에겐 직접 접속할 수 있도록 아이디와 비번을 알려주었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ID와 비번을 누르고 조금 기다리니 반가운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이 큰 화면에 번갈아가며 보였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엄마 00이 얼굴이 나왔어.”

“그러게 진짜 신기하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두 방을 왔다 갔다 하며 잘 진행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체크하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부엌으로 가서 마실 커피를 준비했다. ‘나도 이제 커피 마시며 내 시간 좀 가져야지’ 생각한 찰나에 아이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엄마, 선생님 소리가 잘 안 들려”

“엄마, 화면이 안 움직여.”

“엄마, 화면에 이상한 게 떴어.”

“엄마, 의자가 불편해.”

“엄마, 이 책이 아니야. 다른 책이 없어.”


‘엄마~’ 하는 외침은 첫 수업 40분 동안 두 방에서 번갈아 가며 들려왔다.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한 베트남. 아이들 말대로 선생님 말과 동영상 소리가 들렸다 끊겼다 반복되었다. 유치원에 이야기해도 베트남 인터넷 사정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 이런 상황은 2,3교시에도 비슷하게 계속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시간의 온라인 수업이 끝났다.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동안 나도 책 좀 읽어야지 하는 바람은 끝내 이루지 못한 체.


“오늘 온라인 수업 어땠어?”

“재밌었어. 나 오늘 이렇게나 많이 했어.”


하며 큰 아들은 공부한 책을 펼쳐 보여주었다. 아쉬운 마음이 든 엄마 마음과는 달리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이 재밌었나 보다. 친구들과 부대끼며 놀지도 못하고 컴퓨터를 보며 수업하는 내내 의자에 앉아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동시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온라인 수업은 당연하듯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이렇게 유치원생들에게까지도. 친구들과 부대끼며 마음껏 뛰어놀고 공부하는 게 당연했던 나의 세대와 작은 컴퓨터 속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게 당연해진 아이들 세대. 어쩌면 친구보다 컴퓨터가 주는 자극이 더 즐거운 아이들. 우리는 어떤 다른 인생을 살게 될까?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아무리 인터넷 세상이 즐거워도 대면 인간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런 감정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자랐으면 좋겠다. 어서 코로나가 끝나 예전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본다.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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