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의 10의 확률
오래된 미스터리가 풀리다
‘100분의 10’의 확률이란 100개 중 10개에 해당, 이를 사람에게 넓혀 적용하면 100명 중 단 10 명에만 해당된다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마 내가 그 10명 안에 속하겠어? 90명에 속하는 사람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그 10명에 속했다. 내가 90명이 아닌 그 10명에 속한다는 사실을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처음 알았다. 내 몸에 대한 오래된 미스터리가 풀린 날이다.
처음으로 내가 궁금증을 가졌을 때는 초등학생 때였다. 어릴 때부터 내 무릎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무릎을 폈다 구부리면 귀에 거슬릴 정도로 ‘딱딱’ 소리가 났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 두 살 위인 언니에게 물어봤다. 언니는 ‘난 그런 소리 안나는 데’라며 소리가 나는 내 무릎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어린 마음에 그 소리가 너무 신기해서 일부러 계속 구부렸다 폈다가를 반복했다. 처음으로 내 무릎에 관심을 보인 시기였다. '내 무릎에서 소리가 난다. 재밌다.'
본격적으로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한 때는 20대 후반부터다. 어느 날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잡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그 순간 내 왼쪽 무릎 안쪽에서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프기도 아픈 거지만 뼈가 어긋난 것처럼 불편함이 느껴졌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불편함이다. 찌릿찌릿 쪄릿쪄릿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 느낌. 찌릿 쪄릿한 불편함은 온몸을 타고 머리끝, 손끝까지 전달되었다. 난 고통의 진원지인 무릎을 고정시킨 체 불편함을 떨쳐내기 위해 내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한 5분이 지난 후에 서서히 무릎을 펴보았다. 여전히 불편한 느낌이 들었지만 계속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뼈가 제자리를 찾아간 느낌이 들면 난 다시 평소대로 일상생활을 시작했다. 내 무릎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내 무릎이 왜 이러지?' 하지만 곧 ‘ 잠깐 삐끗했나 보지’라며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문제는 30대 후반에 아이를 낳은 후에 일어났다. 이런 일이 더 자주 반복되었다. 아이를 낳고 안아주고 내려놓고 다시 안아주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허리와 무릎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됐다. 그러면서 무릎에 무리가 간 모양이다. 이번에는 그냥 넘기지 않기로 했다. 20대부터 느꼈던 무릎이 뒤틀리는 원인을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동네에 있는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X-RAY로는 내 통증의 원인을 찾을 수 없어 바로 MRI를 찍었다. 의사가 내 MRI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드디어 오랫동안 궁금했던 내 무릎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 왼쪽 무릎에 있는 안쪽 연골이 거의 다 찢어져 너덜너덜 해진 상태예요.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어요. 무릎을 보호해야 하는 연골이 거의 안 남았으니 쭈그려 앉으면 많이 아프셨을 거예요. 그리고 이거 보이시죠? 연골이 찢어져 매끄럽지 못하니 걸을 때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들었을 거예요. ”
그랬다. 나는 가끔 악 소리 나는 통증 외에도 걸을 때 무릎 안쪽에서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선생님께서는 정상적인 무릎 연골의 모습과 내 연골의 모습을 비교해 주셨다.
“환자분은 태어나실 때부터 무릎 연골 모양이 기형이에요. 정상적으로는 연골판이 초승달 모양이지만 환자분은 반달형 모양이에요. 이를 원판형 연골판이라고 해요. 기형이다 보니 남들보다 연골이 더 빨리 닳은 거예요. 이런 연골 모양은 아시아인에게 많이 생겨요.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에 10명 꼴로 있는 모양이에요.”
출처:이데일리“그럼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찢어진 연골은 다시 재생되지 않아요. 원래 상태로 만들려면 인공 연골을 넣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우선 찢어진 부분을 매끄럽게 다듬어 걸을 때 불편한 부분을 없애고 연골이 더 이상 닳지 않도록 평상시에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결국 나는 둘째를 낳고 7개월 후 무릎 수술을 했다. 치료를 위한 수술이 아닌 단지 걸리적거리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시술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의사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니 초등학생 때 내 무릎에서 ‘딱딱’ 소리가 난 것도 이해되었다. 이는 선천적으로 원판형 연골임을 짐작하게 하는 최초의 신호라고 한다. 이 소리가 연골과 뼈가 부딪혀 나는 소리였다니 그게 쌓여 내 연골이 찢어진 거라니. 20년이 훌쩍 넘어서야 내 무릎에 대한 오랜 미스터리가 풀렸다.
어쩌면 50대 때부터 퇴행성관절염을 앓아온 엄마도 같은 이유로 무릎이 일찍 아프셨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선천적으로 나와 같은 무릎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다. 진작 발견하지 못한 후회보다 앞으로 무릎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인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았다. 100분의 10의 확률도 언제나 나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