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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Jul 25. 2021

현재 하노이 상황

비상사태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아침에 눈을 떠도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책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코로나가 퍼진 이후 베트남은 지금 최대의 위기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는 일찌감치 해외입국을 차단하고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를 나름 잘 관리한 결과 몇 달 동안은 사회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만큼 상황이 좋았었다. 나를 포함 한 교민들은 ‘하노이는 비교적 코로나 대처를 잘했고 마스크를 벗을 날도 머지않았구나’란 희망 섞인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3개월 만에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베트남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야말로 난리고 인도네시아는 하루에만 3만 명씩 확진자가 난다고 하니 그야말로 2차 대유행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초기에 잘 버티던 베트남도 이번 변이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이다. 연일 확진자수가 경신되더니 7.23일 하루에만 총 7000명 이상이 나왔으며 하노이에만 70명 가까이다.(대부분은 호치민에서 확진자가 발생한다) 결국 하노이부처에서 7.24일 오전 6시를 기준으로  15일간 <16호 정부총리 지시령>이 내려졌다. 제16호 명령은 최고 수준의 격리 단계로 하노이 시민들은 그야말로 멈춘 시계 속에서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중단한 체 살아야 한다. <16호 정부총리 지시령>은 다음과 같다.


- 사람들은 필수 사업체에서 근무, 식품 및 의약품 구매 또는 의료 문제와 같은 비상사태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기관, 병원, 학교 외의 장소에서 2인 이상 집합을 금지한다.
-버스, 택시를 포함한 모든 대중교통 서비스가 금지된다.
-오토바이도 승객 수송을 중단한다.
-필수적이지 않은 서비스와 사업체는 문을 닫는다.
-개인 이동수단 이용도 자제한다.
-결혼식은 할 수 없으며 장례식에는 20명 이하만 참석한다.


단톡방에는 공안들이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이야기, 가게 문을 닫으라고 협박하는 이야기, 가게 문을 15일간 닫겠다는 이야기, 음식업체에게 배송이 가능한지를 묻는 이야기, 배송이 되지 않으니 매장에 직접 오셔야 한다는 등의 메시지가 난무하며 한아름 쌓여갔다. 자영업 사장님들의 깊은 한숨소리와 소비자들의 근심 소리가 메시지속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메시지 하나 하나에 촉각을 세우며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엄마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가족들과 부대끼며 삼시 세 끼를 챙겨야 하는 엄마들에겐 가족의 먹거리 확보는 가장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나는 평소 김치와 한국 반찬, 고기 등을 주로 한국 식자재 가게에서 배달시켜왔던 지라 배달이 금지된 이 상황에 내 마음도 덩달아 바빠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냉장고를 열어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 평소 냉장고가 비워질 때쯤 조금씩 새로운 재료를 사서 채워 넣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우선 자주 먹는 채소, 과일 위주로 채워넣기로 했다. 창고에 생수와 쌀, 화장지, 라면 등의 비상식량, 아이들 간식거리가 있는지 확인했다. 얼른 배달이 가능한 베트남 롯데마트 어플(Speed L)을 켰다. 작년 코로나가 퍼질 즈음 베트남 사람들의 사재기를 이미 경험했던 터라 내 도 바삐 움직였다. 한국어로도 지원되니 물건을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담는 속도도 문제없었다. 나름 빛의 속도로 꼭 필요한 생수와 쌀, 화장지를 추가로 고 세제, 식용유, 김, 과일, 과자 등을 담았다. 주문을 누르니 배송 가능한 날짜가 떴다. 아뿔싸! 바삐 움직인다고 움직였지만 이미 내 앞에는 발 빠른 사람이 참 많은가보다. 롯데 센터점 배송 3일 후에나 가능했고 그나마 꺼우저이 지점은 다음날 배송이 가능했다. 자주 이용하는 곳은 롯데센터점이지만 어쩔 수 없이 꺼우저이 지점으로 지정하고 주문완료버튼을 눌렀다.


야채는 가까운 마트에서 사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길에는 차도 사람도 거의 없다.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무언가를 사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람들의 표정과는 달리 마트 가는 길에 보이는 야외 수영장 물결은 영롱한 에메랄드 빛을 뽐내고 있었다. 주인을 잃은 강아지처럼 홀로, 외로이 그저 바람이 부는 대로 일렁이고 있을 뿐이다. 저 물속에 자유롭게 ‘풍덩’하며 놀던 때가 생각났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멀고도 먼 당신이 되어 버렸다. 올해를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기에 그곳에서 놀던 추억은 더욱 그립기만 하다.


마트에 가니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일부 야채는 이미 동이 났고 사람들은 카트 한 가득 먹거리를 담기 시작했다. 채소 무게를 재고 가격표를 붙여주던 곳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런 풍경은 보통 뗏(우리나라 설)이 되어야 볼 수 있는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들뜬 마음 대신 걱정, 근심이 사람들 얼굴에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고기는 남편에게 맡겼다. 항상 이용했던 한국 고깃집도 배달이 안된다기에 남편이 차를 몰고 갔다. 곧이어 남편에게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고기가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내가 삼겹살 마지막. 소고기도 좀 샀어’라는 메시지가 왔다. 조금이라도 살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보름 후면 좋아질까? 언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까? 아이들은 언제쯤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까? 빨리 이 상황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사진출처:Vietna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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