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이면 뭐든지 배달되는 시기에 그것도 가장 흔하디 흔한 치킨을 집에서 만든다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치킨을 집에서 만드는 일은 나에게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요리 중에서도 번거롭기로 소문한 튀김 요리인 데다 다양한 치킨 양념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 요즘 기본적인 양념만으로 전문가의 손이라곤 일도 포함 안 된 집표 치킨이 맛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치킨으로 입맛을 돋웠던 우리 가족은 현재 치킨이 먹고 싶어도 주문할 방법이 없다. 하노이는 코로나로 인해 모든 식당이 보름 이상 문이 굳게 닫혀있고 음식 배달도 전혀 할 수 없다. ‘치킨은 무조건 가까운 데서 시킨다’란 생각으로 자주 애용했던 집 앞 한국 치킨 집도 지금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오로지 집밥, 집밥 만이 우리 가족의 끼니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세 끼는 뭘 먹지?’란 생각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 도돌이표처럼 돌아가는 집밥 메뉴에 싫증을 느낀 나는 새로운 메뉴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배달이 안되면 만들어서 먹어보자.
치킨? 집에서 튀겨도 맛있을까?
‘튀긴 것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믿고 바로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나의 요리 선생님인 유튜브를 켰다. ‘치킨 만들기’를 치니 백종원의 레시피를 비롯해 집에서 크리스피 치킨 만드는 법, KFC 치킨 만드는 법 등 다양한 제목들이 눈에 띄었다. 영상 속에는 '집에서 해 먹어 보니 진짜 맛있어요' 등 긍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다. 치킨은 남녀노소 애어른 가릴 것 없이 즐기는 국민 배달음식으로만 알았던 나는 많은 이들이 치킨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내가 치킨을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요리라고 생각했던 주된 이유는 많은 양의 기름을 사용해야 하고 튀김요리가 끝난 후 뒤처리에 대한 번거로움 때문이었다. 또한 튀김요리를 할라치면 이상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음식 속에 들어간 끈적끈적한 기름이 내 몸속의 혈관을 따라 온몸을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죄책감까지 들었다. 좋아하지만 맘 놓고 좋아할 수 없는 그런 음식이 나에겐 튀김 종류다. 그래서 튀김 요리를 할 때면 보통 에어 프라이기를 사용했고 기름이 꼭 필요할 때면 프라이팬에 최소 한의 기름을 붓고 노릇노릇해질 때 앞뒤로 뒤집어 주는 그야말로 지지는 수준으로 튀김요리를 해왔었다.
하지만 이번 치킨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기름 좀 줄여보겠다고 자칫하다 이도 저도 아닌 맛을 낼까 봐 조마조마했다. 사 먹는 맛과 비슷하게라도 흉내내기 위해서는 닭이 잠길 정도의 기름은 필요했다. 어차피 사 먹는 치킨에 비하면 깨끗한 기름을 사용한다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았다. 그래. 오늘은 정공법으로 가보자.
가장 대중적인 입맛의 요리법을 알려주는 백종원 레시피를 참고했다. 재료는 닭과 튀김가루, 식용유, 우유, 후추, 소금만 있으면 끝이다. 레시피도 간단했다. 닭을 깨끗이 씻고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 후 냉장고에 넣어둔다. 두 시간 후 다시 꺼내 닭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우유에 20분 정도 담가놓았다. 우유를 조금 따라낸 후 튀김가루를 투여한다. 우유와 튀김가루가 서로 엉기면서 물컹한 튀김 반죽이 닭 조각 표면에 덮어졌다. 튀기기 전 튀김가루를 다시 한번 묻혀주면 끝이다. 볶음 요리를 할 때 야채를 씻고 다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간단하단 생각까지 든다.
재료 준비는 끝나고 웍에 기름을 넣었다. 평소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관대한 양의 기름이었다. 식용유의 노란 빛깔은 웍에 부으니 그 자취를 감추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처럼 검은색 웍 바닥만이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보글보글 방울이 한두 개씩 올라온다. 튀김가루를 살짝 떨어뜨렸을 때 3초 후에 올라오면 알맞은 온도라고 한다. 때가 되었다. 집게로 닭 조각들을 조심스레 투하했다. 닭 조각 주변에 지글지글 거품이 일어났다. 기름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이제는 하얀 옷으로 살구색 속살을 감춘 닭들이 연한 갈색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약 13분 정도 튀기고 건져낸 후 다시 2분을 더 튀겨 주었다. 기름을 최대한 털고 기름종이를 깐 접시에 닭들을 건져 올렸다. 드디어 치킨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모습이 탄생했다. 닭을 튀기기 전 혹시 4 식구가 먹기에 너무 양이 적으면 어쩌나란 생각은 튀겨 놓은 양을 보고서야 쏙 자취를 감췄다. 겹겹이 쌓아 올린 치킨을 보니 더욱 입맛이 다셔졌다. 비주얼은 아무래도 파는 것보다 못했다. 알맞게 갈색 갑옷으로 갈아입은 녀석도 있었지만 튀김옷이 벗겨져 하얀 속살을 드러낸 체 튀겨진 녀석도 있었다.
맛은 어떨까?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사삭 소리가 났다. 음...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간을 한다고 했지만 파는 것보다 훨씬 덜 짜고 덜 자극적인 맛에 오히려 고소함은 배가 되었다. 그 순간 궁금해졌다. 대체 파는 치킨에는 얼마나 많은 소금과 후추가 들어가는 걸까?
순전히 먹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본 치킨이지만 이제는 배달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준 음식이 되었다. 재료도 간단해 충분히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오히려 깨끗한 기름과 덜 자극적인 맛에 먹고 나서도 입안이 개운하다. 치킨. 이제 너도 집밥 메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