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어떤 미래에서 살게 될까

나비효과

현재 하노이는 유일하게 마트나 시장만 통행증없이 갈 수 있다. 한국 마트가 엎어지면 코 닿을 데고 외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 나는 대부분 아이들을 대동해서 마트에 간다. 마트에 가고 오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바깥공기를 맡으며 걷거나 킥보드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단 2분 이내이지만 아이들은 그 시간만을 기다리며 행복해했다.


어제도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며 나를 따라나섰다. 1층에서 바깥 현관문으로 나가려는 찰나 'SECURITY'라는 명찰을 단 경비원이 우리를 막아섰다. 우리를 보고 뭐라고 얘기했지만 베트남어라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내가 영어로 짧고 굵게 말했다. 이건 알아들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MART!(우리 마트 가려고요)”

“샬라 샬라 샬라……”

이 시국에 하노이에서 마트에 가는 일은 어떤 제재도 받을 수 없는 정당행위다. 나는 당당히 다시 말했다.

“MART!! MART!!!(마트는 갈 수 있는데 왜 그러세요. 우리 다른 데 안 가고 마트 간다고요. 마트)”


그런데도 경비원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자꾸 “NO”라고만 대답했다. 나는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고 있어서 그런가' 생각되어 로비에 킥보드를 놓고 아이들과 걸어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도 경비원은 오직 “NO”라고만 외쳐댈 뿐이다. 경비원 얼굴에서 아이들 외출 허용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읽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정확히 어떤 의미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다시 경비원에게 다가가 구글 번역기를 돌려 말을 걸었다.


“킥보드가 안 된다는 건가요? 아니면 아이들 외출이 안 된다는 건가요?”(한국어를 베트남어로)

“아이들 외출이 안되고 오직 어른만 외출할 수 있습니다.”(베트남어를 한국어로)

이럴 수가. 어린이들은 이제 외출 자체가 안 된다니.


얼마 전에 읽은 기사가 떠올랐다. 베트남에서 4차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5세 이하 어린이 감염 비율이 5%로 집계되었다는 내용이다. 100명 중 5명은 5세 이하 어린이가 걸린다는 의미다. 이는 분명 1~3차때보다 높은 수치다. 아이들은 비록 2분일지라도 자신들이 킥보드를 탈 수 있는, 바깥공기를 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박탈되었다는 말에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세상에. 외출이 금지된 세상에서 살게 될 줄이야. 내 어린 시절 기억의 대부분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친구, 언니, 오빠들과 술래잡기, 얼음땡을 하며 뛰어노는 거다. 엄마의 “이제 밥 먹으러 들어와”라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나는 땀이 뻘뻘 흘리도록, 얼굴이 시뻘게 지도록 뛰어놀았다.


30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기는커녕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되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이다. 4개월 전까지만 해도 방과 후 아파트 주변에는 항상 아이들 소리로 북적북적거렸다. 큰 아이, 작은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섞여 노는 모습은 마치 학교 쉬는 시간 운동장 풍경을 보는 듯했다. 큰 아이들은 농구, 스케이트보드를 즐기고 작은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뛰어놀거나, 줄넘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탔다. 어른들은 워킹을 하거나 운동 기구에 몸을 맡겼다. 야외 수영장에서 점프할 때 들리는 풍덩 소리까지. 모두가 활기차 보였다. 갓 잡은 생선이 몸을 이리저리 팔딱거리듯 그야말로 동네에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바로 이게 사람 사는 모습이구나.


텅 빈 수영장과 놀이터. 아이들은 물론이고 지나가는 사람마저 없는 길거리. 문 닫힌 상점들. 이미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를 들은 지 오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우리의 미래다’란 말에 비추어보면 미래에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장밋빛 빛깔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베트남 상황이 좀 더 극단적이라 할 지라도 이미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한국 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주된 수업 형태가 되었고 일주일에 2-3일 등교한다 해도 마스크를 하루 종일 써야 하며 칸막이가 쳐진 급식실에서 밥을 먹는다. 옆 친구들과 수다 떨며 밥 먹는 풍경은 이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풍경이 요즘 아이들에겐 신기한 체험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까? 물론 평균 수명도 늘고 과학 기술의 발달로 지금보다 훨씬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현상을 일으키는 전염병이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 현상이 더 자주 일어날지도 모른다.


어제(8.16일 자) 기사에서 스페인은 47.4 ℃ 를 기록했다고 한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 산불, 홍수, 가뭄이 늘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산업화 이전부터 2013년까지 100년의 세월 동안 0.78℃ 올랐던 지구 기온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불과 10년도 안돼 0.31℃ 올랐다고 한다. 이는 전에 없는 상승 속도고 지구의 기온이 지금처럼 높았던 적도 처음이다. 경기도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기후변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후변화 교재를 제작 보급했다고 한다. 연일 계속되는 기후변화 현상에 비추어 보면 아이들이 이에 대해 교육받는 건 당연해 보인다.


팬데믹, 기후변화, 폭염, 산불, 아이들의 미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이 모여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잿빛으로 만들고 있다. 그럼 어른으로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늘은 아이들이 웃음소리만큼 밝은 미래를 살 수 있도록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봐야겠다. 나비효과가 일어날지도 모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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