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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Aug 26. 2021

하노이 생활은 처음이라서

동남아 지역 생활 팁

하노이에 오기 두 달 전부터 나름 하노이 생활 정보가 담긴 카페를 들락거리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해외 생활은 처음이기에 설레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국과는 전혀 다른 문화권 속에서 몇 년을 살아야 한다는 긴장감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우선 하노이는 베트남 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만큼은 아니어도 겨울에는 춥다기에 겨울 옷가지와 전기장판, 두꺼운 이불 등 겨울용품들은 모두 챙겨 가기로 했다. 한 해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넉넉한 사이즈의 옷도 여러 벌 준비했다. 한국 마트가 있어 한국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얘기에 먹거리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양가 어머님들의 손맛이 담긴 반찬들을 챙겼다.


나름 준비를 한다고 해서 이곳에 왔지만 우리 가족은 한국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여러 문제에 봉착했다. 사소해서 누가 말해주지 않는, 하지만 동남아 생활을 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생활 팁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개미, 도마뱀, 쥐의 존재

이사한 다음 날 우리 가족을 반긴 존재는 다름 아닌 개미떼였다. 쓰레기를 모아둔 박스 바닥 주변으로 개미가 떼를 지어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집에서 개미를 보게 될 줄이야. 그 후로도 집안 바닥에 틈이 생긴 곳에서 어김없이 개미가 나타났고  꿀, 올리고당,설탕 같은 달콤한 양념 주변, 과자 부스러기 옆에도 늘 함께 따라다녔다.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은 듯한 통증이 생긴다고 해서 붙여진 화상 벌레도 집에서 나타났다. 보통 밤에 불이 켜진 저층 베란다를 통해서 집으로 들어온다는 요 녀석들은 35층인 우리 집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몸에 빨강과 검은색 줄무늬가 있어 일반 개미와는 확연히 구분 가능하다. 모기에 물린 자국도 아닌 처음 보는 상처가 피부에 나기 시작했다. 금방 가라앉긴 했지만 우리는 화상 벌레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한 녀석은 따로 있었다. 항상 이런 불청객은 해가 지면 찾아온다. 아이들과 외출 후 거실 불을 켜는 순간 하얀 벽에 알 수 없는 검은색 물체가 붙어 있는 게 보였다. 하얀 벽과 대비되어 더욱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녀석. 내 심장은 벌써 몸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뛰고 있었다. 용기를 내서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한 뼘 정도 되는 길이로 긴 꼬리는 끝을 조금 말고 네 개의 발로 벽에 찰싹하니 붙어 있는 녀석은 바로 도마뱀이었다. 도마뱀이 우리 집에 나타났다! 내 존재를 눈치챘는지 그 녀석은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 자취를 감췄다. 그 후로도 새끼손가락만 한 도마뱀까지 몇 마리가 더 우리 집에 찾아왔다. 어두컴컴할 때 찾아와 불을 켜는 순간 어디론가 잽싸게 움직이는 패턴은 모두 똑같았다.


현재 우리는 일반 아파트에 살고 있을 지라도 정기적으로 방역을 한다. 방역업체 사장님은 개미와 화상 개미는 약으로 죽일 수 있지만 도마뱀은 에어컨 배관을 타고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잡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쥐의 존재도 새로 알려주셨다. 화장실 천장에서 쥐가 지나다닌 발자국이 보인다고. 설마설마한 일이 현실이 되었다. 그제야 새벽마다 천장에서 들려온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이해됐다.  


2. 자나 깨나 물 조심

하노이에 오고 얼마 후 하노이는 물 때문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한국 언론에까지 보도된 상수도 오염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수돗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정부 측에서 물을 조사한 결과 발암물질이 나왔다. 그 이유는 한 회사에서 트럭에 폐유를 싣고 하천에 무단 방류한 탓이다. 이 폐유는 상수원과 연결된 강으로 흘러갔고 이 상수원에서 물을 공급받던 지역은 수돗물 사용 금지령이 내려졌다. 하나의 사고였지만 베트남인들의 안전불감증을 알 수 있었고 언제든지 이와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 당시 내가 사는 아파트도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고 바로 생수 대란이 벌어졌다. 이 사태가 벌어지기 전 연수기와 정수기를 설치했지만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우리 가족도 양치는 물론 씻을 때도 생수를 아껴가며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물 공급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생수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보다 물의 질과 수질 관리가 안전하지 않다 보니 많은 한국인들은 대부분 연수기를 설치하여 사용한다. 그야말로 해외에서는 자나 깨나 물조심이다.



3. 먹거리 장보기는 조금씩, 낱개로

다음날 아침에 먹으려고 전날 식빵을 사다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곰팡이가 피어있는 게 아닌가. 산지 하루 만에 빵에 핀 곰팡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이 빵집은 방부제를 덜 썼군’이라고 받아 들여아 할까 아니면 ‘어떻게 산지 하루 만에 이럴 수 있지?’라고 해야 할까. 하노이 날씨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날씨가 이곳 음식 보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 년 중 대부분이 찌는 듯한 더위와 습도가 높은 날씨 탓에 상온에 둔 음식뿐 아니라 냉장고 안 음식의 생명력도 한국보다 짧다. 쉽게 무르기 쉬운 야채와 과일 등은 조금씩 자주 사고 김, 과자 등의 건조식품은 웬만하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으로 포장되어 있는 걸로 산다. 안그러면 1시간만에 금방 눅눅해진다.


하노이 생활을 하면서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미리미리 준비한 만큼 덜 당황하니 혹시 동남 아시아지역에 사실 예정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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