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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Sep 03. 2021

락다운 후 42일 동안의 심리 변화

집콕 생활 후 느낀점

7.24일 하노이 시내에 락 다운 명령이 내려지고 42일이 지났다. 이 얘기는 곧 42일 동안 마트 외에는 외출도 하지 않았으며 가족 외엔 누구도 만난 적이 없고 집밥을 126끼 연속해서 해 먹었다는 걸 의미한다.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기록되는 목표 걸음 수 '6000'이란 숫자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90, 어제는 86, 그제는 70……. 40년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걷지 않았던 적이 있던가. 이렇게 집밥을 열심히 해 먹었던 적이 있던가. 그것도 좋아서가 아니고 강제적으로. 처음 해 보는 경험에 그동안 내 마음도 엎치락뒤치락, 뒤숭숭, 그야말로 파도를 친다.


 40일 동안 외부활동을 하지 않은 체 집안에서 갇혀 지내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1. 1일~14일째

 처음 락다운이 발표되고 오히려 잘됐다 생각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로나가 이번 기회에 수그러들어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처음에는 2주 동안만 락 다운한다고 발표했기에 ‘2주만 잘 버티면 괜찮아질 거야. 답답하지만 2주만 잘 버텨보자.’라며 희망적으로 생각했다.


 본격적인 집콕 생활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락다운으로 곳곳에서 사재기가 시작됐고 대형마트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고기, 야채 등의 식재료는 금세 동이 난 사진이 떠돌았다. 나도 불안한 마음으로 가까운 마트로 달려가 냉장고에 먹거리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매일 조금씩 장을 보던 패턴을 바꿔 3-4일 동안 먹을 식재료까지 한꺼번에 준비했다.  


아이들도 집에서 놀거리가 필요했다. 기댈 곳은 한국에서 주문해 오는 항공택배뿐이다. 아이들이 원하던 책, 놀잇감과 수영장에 가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만들어줄 미니 풀장까지 주문했다. 한참 재미있게 타기 시작한 두 발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는 당분간 안녕해야 한다. 아이들의 ‘스케이트 타고 싶어.’라는 말에 ‘2주만 참으면 실컷 탈 수 있으니 조금만 참자’라는 말로 위로를 건넸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단톡방에서 들려오는 코로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하노이 확진자는 십몇 명대에서 백 명대를 넘어섰다. ‘락다운을 했으니 이제 좀 줄겠지. 2주 후면 괜찮아질 거야. 줄어들 거야.’ 하며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창 밖에서 바라보는 미세먼지 없는 하노이 풍경은 예쁘기 그지없다. 작년 이맘때 다녀온 다낭을 떠올리며 다시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날을 꿈 꿨다.


           2. 15일 ~30일째          
                        

집콕 생활을 한 지 2주가 지났다. 끝날 줄 알았던 락다운이 2주간 또 연장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상과는 달리 락다운 이후로도 확진자는 도통 줄지 않는다. 대부분 베트남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생활하는 베트남 주거형태상 한번 퍼지니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모양이다. 급기야 베트남 전역에 총 확진자 수가 만 명을 넘겼다. 거리 통제는 더욱 강화됐고 거리에서 통행증 없이 길을 가다 공안에게 잡혔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최근 내 생활 반경은 집을 기준으로 200m가 채 되지 않았고 덩달아 인간관계도 좁아졌다. 다들 조심스럽고 자기 가족들 챙기느라 바쁜 시기에 같은 아파트라도 놀러 가는 건 사치와 민폐다. 서로 카톡으로 잘 지내는지를 묻고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대화뿐이다.


시야가 축소되니 생각 범위마저 축소됐다. 날마다 책과 신문 기사를 읽지만 글을 쓸 때 도통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매일마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새로운 글쓰기 주제를 찾는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후가 되면 두 눈은 침침해지고 두통이 몰려온다. 신체활동은 더 적지만 이상하게 몸은 축 늘어지고 피곤하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들이 글을 쓰기 위해서 일부러 여행도 가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좁은 생활 반경은 새로운 경험과 생각의 폭을 줄이는 건 자명해 보인다. 날짜와 요일 개념이 사라졌고 주중과 주말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일상의 변화 없이 그날이 그날 같은 나날들. 기약이 없기에 더욱 지쳐간다.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 놀이는 날마다 진화한다. 아이들은 엄마 따라 마트에 가는 10분 남짓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집에서 지내야 한다. 지루하면 어쩌나 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변화된 환경에 잘도 적응한다. 대신 ‘엄마 스케이트 타고 싶어. 엄마 자전거 타고 싶어. 엄마 킥보드 타고 싶어’를 달고 산다.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은 안돼’라는 말뿐이다.


대신 집콕 생활도 한 달이 되어가니 나름 규칙이 생겼고 아이들도 놀이 시간에는 엄마를 찾지 않는다. 나에게도 집안일 외에 책을 읽고 뜨개 할 시간이 생겼다. 요즘 새로운 뜨개 거리를 찾는 게 유일한 낙이라면 낙이다.



3. 30일~ 42일째


이제 코로나 소식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당연히 확진자가 많이 나왔겠지’ 라며 그러려니 한다. 9월이 되니 락다운이 한 달 더 연장될 거란 소리도 들린다. ‘과연 올해 안에는 풀릴까?’라고 생각하는 게 더 속 편하겠다. '이렇게 집에만 갇혀있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몰려온다.


 다행히 아이들은 집콕 놀이의 달인이 되었다. 온 집안을 장난감으로 도배해놓고 해적 놀이, 핼러윈 놀이, 보트 타기 놀이, 학교 놀이, 마트 놀이 등 매일 새로운 놀이를 창조하는 능력에 연신 감탄 중이다. 역시 아이들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너무 놀기만 해서 어쩌나 했지만 지금은 건강해서 다행이다’란 생각이 먼저다. 락다운은 엄마의 욕심도 내려놓는다. ‘마트 같이 갈래?’라고 물어도 아이들은 ‘아니. 안 갈래. 엄마 혼자 갔다 와’라고 한다. 집콕 생활에 적응해서 다행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신체활동에 걱정이 앞선다.


나 역시 소소한 외출이던 마트 가는 일이 점점 귀찮아진다. 마트에 가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조합하니 어떻게 든 한 끼가 해결된다. 의도치 않게 '냉장고 파먹기'를 실천 중이다. 떡국, 떡볶이, 국수, 볶음밥 등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한 그릇 음식이 식탁에 올려지는 횟수도 점점 늘어간다. 아이들도 전에 먹기 싫다던 음식이 올라와도 이제는 잘 먹는다. 지금은 엄마가 해주는 음식 외엔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없단 걸 안거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편식하는 습관이 조금 해결됐다.


42일의 집콕 생활 후 느낀 점은 이렇다. 역시 사람은 많이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데를 가야 에너지가 생기고 활력을 얻는다. 계속된 집콕 생활은 오히려 에너지를 축내고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든다. 빨리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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